브라질 법원이 충전기를 빼고 아이폰12와 아이폰13 등 단말기를 판매한 애플 측에 1억헤알(272억원)을 손해배상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4일 미국 테크 전문매체들과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상파울루주 중부에 있는 제18민사법원의 카라무로 아폰수 프란시스쿠 판사는 브라질소비자협회 등이 애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애플 아이폰14 프로 / 애플
애플 아이폰14 프로 / 애플
브라질 연방 법무부는 9월 충전기를 제외한 채 아이폰을 판매한 애플에 과징금 1227만5000헤알(34억7000만원) 조치를 했는데, 법원 판결은 법무부 판단과 별개로 진행된 내용이다. 당시 법무부는 과징금 처분과 함께 충전기를 제외한 상태로 아이폰12와 아이폰13을 판매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브라질소비자협회 등과 애플의 사건을 진행한 민사 1심은 애플이 최근 2년간 브라질에서 아이폰12와 아이폰13 등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충전기를 지급해야 하고, 신형 아이폰에도 충전기를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2020년 출시한 아이폰12 시리즈부터 패키지에서 충전기나 이어팟을 뺐다. 애플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아이폰 구매자에게 더 이상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충전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설명이다. 브라질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적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애플의 충전기 미포함 조치가 소비자의 충전기 별도 구매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애플은 충전 규격과 관련해 유럽연합(EU)에서 고초를 겪는다. EU 입법부인 유럽의회는 4일 2024년 말부터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 카메라의 충전 포트 규격을 USB-C로 통일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6년 봄부터는 EU에서 판매되는 노트북의 충전 포트도 USB-C로 통일된다.

이는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조치다. 유럽의회는 이번 조치가 전자기기 관련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지속가능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충전기가 하나로 통일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총 2억 5000만유로(3550억원)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2023년부터 유럽에 출시하는 단말기의 충전 포트를 '라이트닝 단자'에서 USB-C로 바꿔야 한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 등 외신은 3월 애플이 아이폰 패키지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한 후 50억파운드(8조 690억원)를 절감했다고 보도했다. 환경보호 명목이라고 하지만, 수익은 늘어난 셈이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