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의 상장 계획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시장 저평가 기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상장 철회 및 지연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업계는 게임 포트폴리오 부족, 신성장동력 부재 등 시장으로부터 고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카카오게임즈 ‘오딘:발할라 라이징’,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과 ‘제2의나라:크로스월드’ /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카카오게임즈 ‘오딘:발할라 라이징’,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과 ‘제2의나라:크로스월드’ /각 사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10월 13일 증권신고서 철회를 공시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적격 통보를 받은지 열흘 만이다. 당초 라이온하트는 이달 말 수요예측을 거쳐 11월 중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완주 자신감도 보였다.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이 여전히 흥행을 하고 있고 신규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 2종이 출시를 앞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라이온하트 측은 "현재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와 협의 하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추후 상장 추진 일정 등을 재확정하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세부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넷마블은 지난해 자회사 ‘넷마블네오’의 상장을 철회했다. 4개월에 걸쳐 심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당시 넷마블은 넷마블네오의 실적부진과 IPO 시장 분위기를 철회 배경으로 꼽았다. 또 스마일게이트RPG의 경우는 3년여간 상장만 준비하는 실정이다.

"저평가만 이유가 아닐텐데"

상장을 철회하거나 준비를 하는 게임사들은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분위기 외에도 높은 가치를 받을 만한 사업 전략이 보이지 않다거나 주주의 반발 등 상장을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라이온하트의 경우는 소액주주의 반발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블 카운팅 이슈다. 더블 카운팅이란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라이온하트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다.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인 카카오는 최근 몇년간 핵심 자회사를 연달아 상장시키며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즉 오딘으로 카카오게임즈의 핵심이 된 라이온하트가 상장을 하면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 논란이 또 다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라이온하트가 별도 상장을 예고하자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라이온하트가 상장을 철회하자 14일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전날 대비 9.44% 상승했다.

다른 게임사도 분위기는 비슷한다. 상장을 추진하는 게임사는 대부분 계열사 또는 자회사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게임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 또 흥행 가능성이 높은 신작 라인업, 게임 사업 이외의 신성장동력 및 사업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 평가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넷마블네오가 대표적이다. 넷마블네오가 상장을 준비하던 당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신작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핵심 수익원인 게임이 자체 IP가 아니라는 점 등의 시장 저평가 요소가 적지 않았다. 넷마블네오의 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1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매출은 442억원으로 13% 감소하는 등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원히트 원더’ 게임사, 시장 평가 더욱 냉담…"게임사 고심 깊어질 듯"

단일 게임 성공으로 성장한 ‘원히트 원더’ 게임사의 경우는 시장 평가가 더욱 차갑다.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이 꼽힌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기반으로 PC,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과 시리즈를 보유했지만 올해 수익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추락하고 있지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년간 상장을 준비해 온 스마일게이트RPG가 상장과 관련해 별다른 소식을 알려오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스마일게이트RPG는 PC온라인 MMORPG ‘로스트아크’가 유일한 성공작으로 꼽힌다. 이 외에 이렇다 할 성공 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어 흥행요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신작을 준비하면서도 시장에 이를 공개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계열사 및 자회사 상장으로 개발 비용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게임 산업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상장을 준비하는 게임사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