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카카오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C&C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 이후 다른 IDC에서도 배터리 안전 점검에 나선다. 화재 원인으로 IDC 내 설치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목된만큼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배터리 회사와 별도로 서버를 운영하는 IDC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현황 점검에 나선다.

18일 IT조선 취재 결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이날 IDC 배터리 안전 점검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꽃이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로 이어진 만큼 기존에 하던 IDC 모니터링 작업과 별개로 재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배터리 3사는 국내 IDC에 구체적으로 어떤 배터리를 공급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의 점검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주요 안전 사항을 재점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관리 주체인 LG CNS를 통해 점검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불이 난 시설의 자사 제품 설치 유무를 떠나 사회적으로 여파가 큰 사건인 점을 감안해 다른 IDC에서도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며 "유사 사고가 재발하면 안 되기 때문에 혹시라도 부족한 부분이나 놓친 사안이 없는지 주요 사항을 리스트업해 점검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화재 원인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회사 내 위기관리팀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배터리 안전성 제고에 대해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데이터를 전달·저장하는 공간인 IDC는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무정전 전원장치(UPS)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로 설치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에 활용하던 ESS인 납축배터리보다 가볍고, 전력 밀도는 2배 이상 높은 특징이 있다. 하지만 열과 충격에 취약해 고온에 노출될 경우 배터리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전기차나 ESS에서 발생한 화재 대부분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원인으로 꼽혔다. 국내에서 IDC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만큼 배터리 안전성 제고도 중요해진다.

실제로 한국데이터산업연합회(KDCC)에 따르면 국내 IDC 수는 2000년 53개였지만, 2020년 156개로 늘었다. 3년 후인 2025년에는 188개에 달할 전망이다.

화재 사고가 난 SK C&C 판교캠퍼스 데이터센터에는 각각 11개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장착된 선반(랙) 5개가 1세트를 이루고 있다. 이번 화재로 1개 세트가 불에 탔다. 해당 배터리는 일종의 ESS로, 정전 등이 발생하면 전력을 일정 시간 대체 공급하는 UPS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CCTV에는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후 곧바로 자동소화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누군가 일을 하던 중에 불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터리 자체 결함이나 관리 소홀, 주변기기의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판단하고, 배터리 모듈 1점 등을 수거했다. 정밀 감정에는 3주 이상이 소요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열폭주’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온도는 섭씨 80도 이상으로 알려졌다. 130도를 넘어가면 분리막이 녹아 양극과 음극 사이의 단락이 생기고, 산소가 방출돼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열폭주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과충전과 과방전, 높은 외부환경 온도 등으로 인한 내부 분리막 손상 등이 있다.

이외에도 배터리를 서로 연결하거나 외부로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의 전선 문제나 배터리 관리 소홀 등도 화재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번에 불이 난 배터리의 제조사는 SK온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사고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SK온 측은 "경찰 조사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SK온 내부에서는 IDC에 일일이 어느 배터리가 탑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자사 제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국내 주요 IDC 관계자를 회의에 불러 화재 위험 등 전반 사항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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