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가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 논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자 주요 방송학회가 나섰다. 구글과 유튜브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유튜버들을 앞세워 여론몰이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덴마크의 로슬린 레이튼 올보르대 교수는 인도서 성공한 구글식 여론몰이 전략이 한국서도 활개를 친다고 진단했다.

한국방송학회와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 등은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주제의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20일 방송회관에서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공동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진 기자
20일 방송회관에서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공동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진 기자
세미나 발제자로는 이종명 강원대 교수와 로슬린 레이튼 올보르대 교수가, 토론자로는 ▲고흥석 군산대학교 교수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선정수 뉴스톱 부장 ▲장정헌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 ▲하주용 인하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도준호 한국방송학회장은 "수익을 얻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망의 유지와 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며 "1심 재판부는 인터넷망 유지 관리에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와 빅테크 기업에 공동 책임을 확인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망의 유지와 관리에 대한 책임 논의보다는 논의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 유튜브는 현행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큰 영향력을 가진 매체다"며 "네티즌을 동원해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대단히 큰 문제다. 빅테크 기업의 여론몰이에 대해 학문적 성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로슬린 레이튼 교수는 구글이 한국에서 인터넷 망 이용대가법 재정을 막으려고 여론 조작에 나선다고 질타했다. 레이튼 교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대통령 지원팀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로슬린 레이튼 교수가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세미나에 온라인 발제자로 나섰다./ 유튜브 캡처
로슬린 레이튼 교수가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 세미나에 온라인 발제자로 나섰다./ 유튜브 캡처
레이튼 교수는 "구글이 세계 각국의 규제 및 입법에 영향을 미쳐 이익을 얻으려고 사람들을 부추겨 특정 의견을 주장하도록 만드는 초국가적 행동주의 전략을 개발했다"며 "한국에서 인터넷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무력화하려고 이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5년 인도에서 구글이 광고 시장 장악을 위해 페이스북의 진출을 여론전으로 막은 사례를 들었다.

당시 페이스북은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이통사들과 손잡고 페이스북에 가입하면 통신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구글은 인도 내 엘리트집단 여론이 ‘인도에 페이스북이 진출하면 인터넷이 끝장난다’는 쪽으로 기울도록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인도의 사례와 비슷한 활동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레이튼 교수는 "망 이용대가 지불로 구글의 비용이 올라가면 유튜버들의 지원금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구글에 광고하는 대기업들의 광고비가 상승할 것이다"며 "구글에 광고하는 기업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데도 마치 유튜버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구글이 이용하는 전쟁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레이튼 교수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망사용료를 내야한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구글은 한국에서 기록적 매출을 올리고 있고, 망 이용대가를 낼 돈이 충분하다"며 "지난해의 경우 3년 전보다 매출이 2배 증가했다.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구글이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