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금융투자사 모임인 금융투자협회가 내달 협회장 선거를 치른다.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나재철 현 회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 금융투자협회는 투자와 관련해 내로라 하는 기업 385개사를 회원사로 둔 투자업계의 맏형이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새로운 리더와 업계 판도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나재철(사진)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 만료가 올해 말로 다가오면서 나 회장이 통합 금융투자협회 출범 이후 최초의 연임 협회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숙원으로 꼽히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면서 치적이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다음 달 중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입후보를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자리에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낸 후보는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이사,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등 5명이다.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공식적으로 연임 도전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1~5대 회장 중 연임에 성공에 경우는 아직 없으며 나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당선될 경우 통합 금융투자협회 출범 이후 최초의 연임 협회장이 된다.

나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5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취임했다. 76.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이면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다. 나 회장은 대신증권 공채 12기로 입사해 강남지점장, 리테일사업본부장, 홀세일사업본부장, 기획본부장 등을 거친 후 2012년 4월 대신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2차례 연임에 성공하는 등 정통 증권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 회장은 후보 시절 ▲자본시장 역할 강화(증권거래세 폐지 등) ▲미래 역량 확보 ▲회원사 정책 건의 확대 ▲선제적 자율 규제 ▲협회 혁신 TF(태스크포스)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중 협회 혁신 TF는 취임 직후 진행됐다. 회원사 대표이사 및 법률·노무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만 구성된 혁신TF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조직혁신방안을 발표했고 조직문화, 인사제도, 조직개편 등 협회 조직 운영 관련 3개 부문에 대한 개선 과제를 반영했다.

특히 디폴트옵션 도입이 나 회장의 임기 중 대표적인 성과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금융투자협회는 2015년 취임한 황영기 전 회장 시절부터 디폴트옵션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4대 협회장인 권용원 회장 시절에도 디폴트옵션 도입은 협회의 주요 과제로 이름을 올려왔고 나 회장 역시 취임사부터 모든 기자간담회에서 빠짐없이 디폴트옵션 도입을 추진 과제로 언급했다.

디폴트옵션은 제도를 추진한 지 7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7월 도입됐다. 오는 11월부터 은행,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디폴트옵션과 관련한 상품 판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업계 숙원 사업인 디폴트옵션을 임기 내에 도입, 시행한 것이 대표 공적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또 증권거래세 인하와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등 여러 성과를 낸 것도 업계의 높은 지지를 받을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 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오는 12일 치러질 예정이다. 협회 정회원사는 증권사 59곳, 자산운용사 308곳, 부동산신탁사 14곳, 선물사 4곳 등 385개사다. 투표권은 회비 분담률에 따라 다르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