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을 뽑는 선거는 오는 12월 진행된다. 이미 많은 후보자가 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현 협회장인 나재철(사진) 회장의 ‘한 번 더’를 점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나 회장은 임기 중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이라는 큰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일각에선 라임 사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재철 회장은 오는 12월 31일로 임기가 끝난다.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은 후보등록을 진행한 뒤 금융투자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 심사를 거쳐 후보 적격자를 선정한다. 이후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오는 12월 중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 회장은 공식적으로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나 회장의 도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임기 중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등 치적이 크다.

디폴트옵션은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따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사전 지정한 운용방법을 통해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해 운용하는 제도다. 가입자가 연금 운용 전문가가 아닌만큼, 별도의 선택 없이 적립금을 굴릴 수 있다. 이전에는 퇴직연금이 이자가 거의 없는 대기성 자금으로 방치돼 수익률이 저조했지만,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연금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나 회장의 연임 불가론도 만만치 않다. 대신증권 대표 재임 시절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된 최다 펀드 판매사 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나 회장 재임 시절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1조1760억원어치 판매했다.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전체 판매 잔액(5조7000억원)의 21%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020년 11월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라임 판매 증권사 3곳 전현직 CEO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경고,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으로 중징계에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가 속한다. 해임권고를 받으면 5년간, 직무정지는 4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고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나 회장은 라임펀드 판매 당시 대신증권 대표로서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나 회장의 중징계 처분 소식이 전해지자 금투협은 즉각 반박했다. 당시 금투협 관계자는 "금투협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설립됐고 금융단체이며 민간 유관기관, 업자 단체"라며 "(금감원의) 중징계 적용 대상인 금융기관(증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직무정지 권고는 금융기관(증권사) 직무 정지를 뜻하는 것이지 민간 유관기관인 금투협회장 업무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고 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해당 제재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금감원 제재심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CEO 징계 수위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지만 아직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나 회장에 대한 최종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를 이유로 연임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회원사들이 제재 불확실성을 부담하면서까지 나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제재가 확정돼도 민간 유관기관인 금투협회장 자리보전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사태에 관련된 주된 인물이 업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부담 요소"라고 말했다.

게다가 나 회장이 후보 시절 연임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나 회장은 후보 시절 선거 공약을 발표하면서 "협회장 연임 의사가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며 "임기 3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을 그었었다.

이에 금투협 관계자는 "선거 일정과 관련해서 확정된 사안은 없으며 다음달 중순 정도에 후보추천 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라며 "현 회장님 연임과 관련해서는 아직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