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양사는 위기 돌파 방안으로 차세대 메모리 ‘PIM(Processing In Memory)’ 기술에 주목한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한 차세대 기술이다. 데이터 처리량이 많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HBM-PIM 탑재한 GPU 가속기/ 삼성전자
HBM-PIM 탑재한 GPU 가속기/ 삼성전자
그동안 반도체는 정보 저장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됐다. 그런데 PIM이 나오면서 이런 경계가 허물어졌다. PIM은 메모리에서 시스템 반도체의 영역인 ‘연산’까지 수행해 ‘지능형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기존의 메모리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이유다.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메모리 성능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하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디지털 정보량은 90ZB(제타바이트)로, 99조GB(기가바이트)에 해당하는데, 2025년이면 175ZB에 달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양이 늘어나면, 데이터 처리 속도는 지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PIM은 이런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PIM을 통해 메모리에서 간단한 연산을 처리하면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이 줄어들어,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 그만큼 전력 소비는 줄어들어 에너지 효율이 늘어난다.

현재 메모리 업황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PIM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으로 IT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재고가 조정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다.

D램 가격은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5달러로 하락했고, 8~9월에는 2.85달러까지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6월 4.67달러에서 8월 4.42달러, 9월 4.30달러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기존의 기술력만으로는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관련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5일 ‘제24회 반도체대전’에서 "현재까지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넘기 위한 기술 과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적으로 PIM 기술력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PIM 기술을 적용한 고대역폭메모리 HBM-PIM 솔루션을 확보하고, AMD의 GPU ‘MI-100’ 가속기 카드에 이를 탑재했다. HBM-PIM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술이다. 기존 HBM(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제품)보다 성능은 2배 이상 증가하고, 에너지 소모는 50% 감소한다.

삼성전자는 HBM-PIM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병목 현상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ESG 경영 측면에서도 탄소저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PIM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기술검증만 10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2월 PIM 기반 그래픽 D램인 ‘GDDR6-AiM’을 선보였다. 슈퍼컴퓨터와 머신러닝, 빅데이터 연산과 저장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일반 D램과 비교해 연산 속도가 최대 16배 빠르고, 에너지 소모는 80%까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PIM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기술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나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등 시장이 커지고 있어 PIM 기술이 더욱 대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