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형 스크린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3분기 실적 악화를 최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TV용 패널을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도 3분기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전자·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시장 한파 가능성을 내다보고 사업확장이나 투자를 절제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CEO의 결단이 이같은 결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삼성전자
10월 27일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VD사업부와 가전사업부의 합산 영업이익은 2500억원이다.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에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전년 동기(7600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TV사업을 맡는 VD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소규모 이익 또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V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를 맞았음에도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LG디스플레이와의 W-OLED TV 패널 거래를 고민해왔다. 외연 확대와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OLED TV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를 일부 도입한 것 외에는 기존 LCD 기반 제품을 통한 초대형화·초고화질 마케팅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맞았다. TV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시적 호황을 맞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 고환율이 수익성 악화 및 수요 둔화를 불러왔다.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 수백만대를 공급받아 OLED TV 판매에 힘을 실었다면 실적 악화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오히려 TV 패널 주력 공급사인 중국 차이나스타(CSOT)와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통해 LCD 공급 안정화를 이끌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 삼성디스플레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98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2.9% 늘었다. 전장 부문인 하만과 함께 삼성전자 사업부 내 유이한 영업이익 성장으로 실적 ‘효자’에 등극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예정된 투자를 보류하고, 스마트폰, 노트북 신제품 수요를 노린 중소형 사업에 집중하면서 수익 개선을 이뤘다. 특히 6월에는 삼성전자에 공급하던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LCD 관련 특허는 CSOT에 전량 매각했다.

이는 실리를 중시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대형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겸직하며 QD디스플레이(QD-OLED) 사업을 진두지휘 중이지만,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대형 사업 투자를 서둘러 확정짓기 보다 경쟁력이 높은 중소형 OLED에 선제적으로 힘을 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캠퍼스 내 L8-2라인에 8세대(2200×2500㎜) IT용 OLED 생산라인 투자를 확정했다. 6월 사업을 종료한 LCD 라인을 정리한 자리에 IT용 OLED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반면 최근 수율을 85%로 끌어올린 QD-OLED는 추가 투자를 보류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TV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대형 사업 투자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자·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TV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대형 OLED 패널을 공급받아 TV를 생산했다면 손실 폭은 더욱 확대됐을 것이다"라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중소형 OLED 투자에 집중한 판단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