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 앱 ‘쿠브’의 개발사인 블록체인랩스가 중앙 서버가 없는 블록체인 기반 메신저 ‘블록챗(Blockchat)’을 선보였다. 해킹, 사생활 침해, 익명의 사이버 범죄 등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블록체인랩스의 블록챗 비전에는 빈틈이 많았다. 블록챗에는 온라인 괴롭힘(사이버불링)이나 사이버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블록체인랩스는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 해결을 돕는 것도 어렵다. 블록챗에 중앙 서버가 없어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챗. / 블록체인랩스
블록챗. / 블록체인랩스
블록체인랩스는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앙 서버 없이 탈중앙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무료 메신저 서비스 ‘블록챗’을 소개했다. 우선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하고 이달 중 안드로이드 버전을 선보일 방침이다.

블록챗은 블록체인랩스의 인프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메신저다. 중앙 서버 대신 개인별 기기를 사용한다. 연락처 연동도 제공하지 않는다. 신원이 확인된 상대방이 아니면 연결할 수 없다. 개인별 기기에는 받은 메시지와 보낸 메시지가 각각 저장된다. 블록챗 메시지는 각자의 기기에서 각자 수정도 가능하다. 블록체인랩스는 이 때문에 블록챗에서 이뤄진 대화는 증거로서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수정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계속됐다. 블록체인랩스가 블록챗을 소개하면서 ‘익명의 사이버범죄로부터 보호’를 특징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블록챗은 아는 사람으로부터의 당하는 괴롭힘에는 기존 메신저보다 취약하다. 블록챗은 채팅내역을 받은 메시지까지 수정할 수 있어 가해자가 채팅 내역 조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박종훈 블록체인랩스 제품부문 대표는 "저희는 서버가 중간에서 사람들 간 소통을 통제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생각한 대화의 본질은 내가 원하는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으로, 신원이 확실한 사람과 연결되게 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챗은 중앙 서버가 없어 채팅 기록도, 수정 내역도 남지 않는다. 블록챗으로 괴롭힘당하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사건이 심해지기 전 상대를 차단하는 것’ 정도다. 괴롭힘이 현실에서도 벌어진다면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학교에 채팅 기록을 ‘내가 이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 채팅 원본인지, 수정했는지 기록이 남지 않아 채팅 당사자 외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메시지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증명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며 "중앙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아 추가 수정되거나 저장되는 것에 대한 기록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록체인랩스의 임병완 기술부문 대표(왼쪽)와 박종훈 제품부문 대표(오른쪽)이 간담회에서 ‘블록챗’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블록체인랩스
블록체인랩스의 임병완 기술부문 대표(왼쪽)와 박종훈 제품부문 대표(오른쪽)이 간담회에서 ‘블록챗’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블록체인랩스
블록체인랩스는 ‘대화의 본질을 복구하는 것’을 내세웠다. 하지만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했다. 블록챗은 특히 특히 신원이 확실한 상대와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어제까지 사이가 좋다가 오늘 사이가 틀어져서 상대가 돌변했을 때 대처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두 직접 수정할 수 있다 보니 대화 내용을 조작해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퍼뜨려도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할 증거가 없다. 블록체인랩스는 이날 간담회에서 여러 우려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박 대표와 임병완 블록체인랩스 기술부문 대표는 ‘대화의 본질’과 ‘데이터 주권’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임병완 블록체인랩스 기술부문 대표는 "테러리스트들이 범죄 모의를 한다고 해서 대화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저희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개인이 직접 대화하고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툴을 만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인정보를 중시하는 사업가, 연예인, 정치인 등이 유용하게 사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카카오톡 등 기존 메신저를 대체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