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신공장을 짓는 현대자동차의 배터리 현지 공급망에 SK온이 참여한다. 신규 투자 여력 부족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포함된 현대차 공급망에서 빠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SK온은 현대차와 오랜 파트너로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판단이다.

11일 SK온 내부 정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온은 현대차와 미국 내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또는 독자공장에서 공급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시기와 방법의 문제일 뿐 양사의 협력은 기정사실화 됐다"고 밝혔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 SK온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 SK온
SK온은 현대차가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기아의 'EV6'와 2023년 출시를 앞둔 ▲EV9 ▲제네시스 GV60 EV ▲제네시스 GV70 EV에도 SK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양사 합의가 완료되면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 공장에서 생산될 아이오닉 7, EV9 등에도 SK온의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다.

SK온은 최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미국 2공장(조지아), 헝가리 3공장(이반차), 중국 옌청 공장, 미국 블루오벌SK 등 4개의 건설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자 배터리 업계에선 SK온이 신규 투자에 나서기엔 부담이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SK온은 향후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미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현대차의 적극적인 구애도 SK온의 결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배터리 공급 시점과 합작법인 설립 시기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합작법인 설립이 늦어지더라도 현대차 조지아 공장에 SK온의 배터리가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중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양극재, 음극재 등 주요 배터리 부품의 북미 제조비율 50% 달성이 수년내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당장은 IRA 보조금 지급 규모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든,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든 50%인 3750달러로 동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2026년까지는 SK온이 현대차 조지아 공장에 공급할 배터리가 꼭 미국 현지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어도 된다는 얘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신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려면 ▲최종 조립 조건 ▲배터리 핵심광물 조건 ▲배터리 부품 조건 ▲차종 가격 상한 ▲구매자 소득 상한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며 "SK온이 미 현지에서 현대차에 배터리를 조달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FTA 체결국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온과 별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현대차와 조지아에 합작공장 설립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도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북미 합작법인 설립에 여념이 없는 만큼 현대차가 필요한 물량을 모두 공급하진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가 건설할 조지아주 공장은 연간 30만대쯤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 규모를 충족하려면 최소 연 30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이 필요하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해당 물량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절반 이상, SK온이 나머지를 공급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