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엘비알와이(LBRY)크레딧이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 중인 리플에 악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블록체인 혁신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리플 소송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4일 외신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LBRY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미등록 증권 판매 소송에서 '증권법 위반'으로 판결돼 패소했다. LBRY는 판결문을 공개하며 "우리가 졌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다.

업계는 법원이 LBRY에 이어 리플랩스 소송에서도 SEC의 손을 들어준다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리플랩스가 발행한 XRP를 포함해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증권형 토큰(STO, Security Token Offering)으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STO 통 플랫폼이 갖춰지지 않거나 STO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 STO로 분류된 코인 대부분은 상장 폐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LBRY는 블록체인 기반 파일 공유 및 결제 네트워크로, 지난 2021년 3월 SEC로부터 증권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SEC는 LBRY가 등록서를 내지 않고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투자자에게 1100만달러 이상을 모금해 자체토큰 LBC를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투자금에는 미 달러와 비트코인 등이 포함됐다.

SEC는 미국 하위 테스트를 기준으로 양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했다. ▲돈을 ▲기업에 투자해서 ▲수익을 기대하고 ▲제3자의 노력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증권형 토큰으로 본다는 미국 대법원 판례가 근거다. 리플랩스도 2020년 10월부터 SEC와 같은 이유로 재판 중이다.

반면 이들이 가상자산을 발행한 행위가 하위 테스트(Howey Test)에 해당하는 지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다르다. LBRY는 미국 SEC가 지난 2019년 내놓은 ‘투자계약증권 판단 가이드라인’이, 리플은 지난 2018년 월리엄 힌만(William Hinman) 전 SEC 기업금융국장의 발언이 소송 핵심 쟁점이다.

SEC는 투자계약증권 판단 가이드라인에 따라 LBRY가 LBC 토큰을 발행한 시점을 문제 삼았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SEC의 투자계약증권 판단 가이드라인은 토큰 발행 후에 모은 자금으로 개발을 하면 투자자가 수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고, 사업자의 주된 노력에 의지하게 되는 데 이러한 요소들이 증권성을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며 "LBRY는 토큰 발행으로 모은 돈을 콘텐츠 개발에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증권성 요소로 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리플 소송의 핵심 쟁점은 하위 테스트의 요건 중 ‘제3자의 지위’와 수익을 기대하고 자금을 투자한 ‘2차 매매 해당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리플은 XRP가 ‘중앙화된 제3자’의 컨트롤을 받지 않기 때문에 증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리플은 힌만 전 SEC 국장의 발언을 근거로 제시했다. 힌만 전 국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탈중앙화된 구조로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XRP에 대해 기존 하위테스트의 기준을 완화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다만 최근 리플사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XRP를 판매 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리플 소송도 새 국면을 맞이한 점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권단 변호사는 "이더리움은 처음과 달리 현재 탈중앙화 생태계의 모습을 갖췄다.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 수단 등도 애초 의도한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다. 힌만 전 국장은 이러한 경우 더 이상 증권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그의 발언을 새로운 투자계약으로 볼 경우, 리플이 증권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변론 능력도 주요 차이로 언급된다. LBRY는 LBC가 증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리플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소송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LBRY 변호사들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후문이 나온다.

실제 언론 보도에 따르면 LBRY 소송을 담당한 폴 바바도로 뉴헴프셔 지방법원 판사는 "LBRY는 SEC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SEC로부터 정당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며 변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주요 외신인 로이터는 "리플 측 변론이 LBRY보다 훨씬 정교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플 지지자인 존 디튼 변호사의 주장도 흥미롭다. 존 디튼 변호사는 "SEC가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 모호한 기업을 선택했다"며 LBRY와 리플의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소송의 차이로 꼽았다.

14일 오전 8시 40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LBC의 시가총액은 700만달러 정도다. XRP는 1억7000만달러로 LBC보다 2400배 수준이다.

존 디튼 변호사는 또 "LBRY 소송에서는 바바도로 판사가 2003년 발행한 SG 폰지 사건을 참고한 반면, 리플 담당 판사는 해당 사건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