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을 두고 대한간호협회와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이번 정기국회를 앞두고 간호법 통과여부를 두고 일주일간격으로 장외 힘겨루기를 펼칠 전망이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원 30여명이 15일 국회 앞에 모여 ‘간호법’ 저지 시위를 펼치고 있다. / 의협
대한응급구조사협회원 30여명이 15일 국회 앞에 모여 ‘간호법’ 저지 시위를 펼치고 있다. / 의협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이달 21일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나선다. 현재 간호법은 5월 국회 소관 상임위를 거친 이후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정의와 적정 노동시간 확보, 처우 개선을 요구할 간호사의 권리 등을 핵심 골자로 담고 있다. 현행 의료체계가 1951년에 제정된 ‘국민의료법’을 기초로하고 있어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제정된 법률만으로는 현대 의료시스템을 반영하기에 역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다시 시작된 간호법 장외 투쟁…이전과 달리 커진 집회 규모

당초 간협은 2일 5만명 규모 총궐기대회를 예고했으나, 이태원 참사 이후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간협은 ‘간호법 제정에 내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 일정을 다시 공지했다.

이들은 ‘반드시 동참해 60만 간호인의 힘을 보여줍시다’라는 구호로 21일 낮 2시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펼칠 것을 다짐했다. 앞서 9일에는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 간호대학생 신청서 문구. / 간협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 간호대학생 신청서 문구. / 간협
신경림 간협 회장은 간호법 제정 촉구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당시 간호협회와 정책협약을 통해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고,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대선공약으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면서 "여야 공통 대선 공약인 간호법 제정에 즉각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간호법 제정은 여야 대선후보 공통공약이므로 공통공약추진협의체를 구성해 민생개혁법안인 간호법을 조속히 의결하자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제 국민의힘도 간호법 제정 약속을 즉각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장희정 강원도간호사회 회장은 "국민의힘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면서 "총선과 대선에서 수 차례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간호사들은 여의도 거리에서 간호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에는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입법절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자리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호법은 여야 대선후보의 공통공약이다. 제정에 합의하고 약속했는데 왜 아직 안되는지, 저조차도 답답하다"며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말씀과 함께 답을 찾고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신종원 YMCA 이사는 "합당한 이유 없이 상정조차 하지 않아 심사 미완료 상태인 간호법 제정 입법 건은 국회의 직무유기, 자기부정에 해당하지만, 법사위 상정을 거부하는 태업행위에 대해 우회하는 방법 외 직접적인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며 "소관 상임위원회의 입법 권한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가 합당한 이유 없이 상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간호법 통과 임박해지자 조급해진 13개 보건의료연대

간협의 대규모 집회가 펼쳐진 후 일주일 뒤인 27일에는 13개 보건의료연대가 10만 총궐기대회를 주최해 맞불을 놓는다. 당초 의협은 트윈데믹 시기를 고려해 대규모 집회를 펼치는데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야당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간호법 재정에 적극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태도를 변경했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국회 앞에 세워둔 간호법 저지 요구 피켓. / 의협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국회 앞에 세워둔 간호법 저지 요구 피켓. / 의협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참여단체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의사협회 ▲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다.

연대 측은 이번 궐기대회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간호법 제정안의 문제점을 대내외에 알리고 간호법 폐기를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개최한다고 천명했다.

의협은 "정기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될 움직임에 적극 대비하고 간호법 제정을 철회시키지 위해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단체 결사 저지 뜻을 국회에 알리고자 계획한 행사다"며 "직역이기주의의 대표적 선례가 남는 일이 없도록 간호법 제정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장단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은 간호법 제정 저지 궐기대회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며 "우리의 목소리가 국회와 국민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해 간호법과 연계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박창제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부회장은 "간호법은 병원을 벗어난 다른 영역으로 업무범위를 확장해 간호사가 응당 있어야 할 환자의 곁을 떠나게 만드는 법이다"며 "힘들지만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체계의 붕과를 조장하는 간호법이 아니라 보건의료종사자들과의 협의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이재명 대표 측근과 관련한 대장동 사건과 더불어 김건희 여사의 순방 논란까지 국회가 정책보단 정치적 싸움에 치중돼 있어, 이번 정기국회 내에 간호법의 향방이 결정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사실상 현시점에서 간호법이 다소 후순위인 경향이 있어 직역간 논란이 팽배한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