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히고 그간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디지코 KT라는 슬로건 아래 구 대표는 지표상 뚜렷한 성과를 이뤘다. 불법 정치자금 관련 리스크가 존재하기는 하나, 이는 전임인 황창규 회장 시절 발생한 사건이다. 구 대표 연임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8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8일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최근 심사 기준과 심사 절차 등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디지코 변신 후 눈에띄는 실적성장…구 대표 연임 가능성

KT는 이사회를 열어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우선 심사 대상으로 뽑았다. 정관에 따라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구현모 KT 대표가 16일 열린 AI 간담회에 앞서 디지코 사업 성장 실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16일 열린 AI 간담회에 앞서 디지코 사업 성장 실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현재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할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가 현재 꾸려진 상태다. 적격으로 판정되면 구 대표는 이사회 결정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3년 더 KT 대표직을 맡을 수 있다. 늦어도 12월까지는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대표이사 후보심사위원회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력·학위 ▲기업경영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경영실적, 경영기간 ▲기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의 기준에 따라 후보자를 심사한다.

구현모 대표는 2020년 10월 통신 기업(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변화를 선언했다. 성장이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무의미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고 대신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 역량을 기반으로 플랫폼과 B2B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KT는 이통 3사 중 가장 높은 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디지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무선, 인터넷, 기업회선 등 기존 통신 사업에서 안정적 퍼포먼스를 내고, 미디어/콘텐츠, 클라우드/IDC, 기업메시징등 등 B2B와 디지코 사업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거둔 성과다.

KT는 2019년 14조원 수준의 서비스 매출(별도기준)을 달성하고 디지코를 선언한 2020년에는 서비스 매출 15조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더 큰 성장을 이뤘고, 올해는 KT 역사상 가장 큰 서비스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구현모 대표 연임 의사 적극 피력…정치자금법 위반, 사법리스크 포함 안 돼

구 대표는 16일 열린 KT AI 간담회 자리에 등장해 이 같은 성과를 직접 알렸다. 한번 더 대표직을 맡아 지금껏 KT가 이뤄온 성장세를 이어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목표를 피력했다.

구 대표는 "디지코 KT를 선언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이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며 "매출 성장에선 과거 KT의 어떤 역사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고, 주가 역시 취임 전보다 80% 이상 올랐다. 운동장을 넓히는 디지코 전략이 옳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3년의 변화로 끝일 것이냐, 아니면 구조적으로 바뀌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고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로 변화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는 아직 구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연임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이통업계는 구 대표가 임기 중 이뤄낸 성과는 객관적 지표로 뚜렷이 나와있어 후보심사위원회 심사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과거 황창규 회장 시절 이뤄진 불법 정치자금 후원 사건 연루는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KT 전·현직 임원들은 이른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2014년~2017년 사이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가 있는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던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연임이 불가할 정도의 리스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다. 구 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후원 사건 연루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상태로, 엄밀히 말해 결격사유가 적용되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대표이사 재직 중에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가 대표이사 결격사유에 해당된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사안은 전임 대표 당시 있었던 일이고, 구 대표는 약식기소에서 벌금형을 받은 상태기 때문에 금고 이상의 형으로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