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임 프랜차이즈 ‘몬스터 헌터(몬헌)’의 아버지로 불리는 츠지모토 료조 캡콤 PD가 한국을 찾았다. 몬헌 시리즈는 ‘헌팅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캡콤의 대표 프랜차이즈다. 츠지모토 료조 PD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멀티 액션 게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몬헌 시리즈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츠지모토 료조 캡콤 PD가 ‘몬스터 헌터’ 시리즈 개발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츠지모토 료조 캡콤 PD가 ‘몬스터 헌터’ 시리즈 개발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츠지모토 료조 PD는 18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제 게임 콘퍼런스(G-CON X IGC)’에서 ‘몬스터 헌터를 되돌아보다’를 주제로 키노트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몬헌 시리즈가 기획·개발과정이 꾸준한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몬헌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 캡콤의 중장기 미래지향적 게임 전략에서 탄생했다. 캡콤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록맨’ 시리즈 등을 만든 일본의 격투·액션게임 명가다. 츠지모토 PD는 아케이드 게임 부서에서 오락실 게임을 기획하는 기획자였지만 아케이드 게임의 인기가 하락하며 액션게임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몬헌은 처음부터 누구나 할 수 있는 멀티 액션 게임을 콘셉트로 정했다"며 "당시 일본은 특히 온라인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은 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잔혹하지 않은 세계관과 누구나 공평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온라인에 대한 장벽을 낮추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캡콤은 2004년 첫 번째 타이틀 ‘몬스터 헌터’부터 올해 ‘몬스터 헌터 라이즈: 선브레이크’까지 몬헌 시리즈을 매년 1개꼴로 출시해왔다. 몬헌은 이용자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가 돼 의뢰를 수행하는 게임으로, ‘헌팅 액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다.

츠지모토 PD는 "몬헌은 캡콤의 액션게임 제작 노하우를 담아 만든 작품이다"라며 "함께 플레이하는 다른 참여자들과 같이 즐기길 바라면서 소통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몬헌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소통과 액션을 굉장히 중시한다"고 밝혔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 프랜차이즈는 2004년부터 매년 1개꼴의 신작을 냈다. / 변인호 기자
캡콤의 몬스터 헌터 프랜차이즈는 2004년부터 매년 1개꼴의 신작을 냈다. / 변인호 기자
몬헌 시리즈는 소통과 액션이라는 슬로건 아래 매 타이틀마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첫 번째 게임 ‘몬스터 헌터’는 온라인게임에 도전이었다. 2004년 당시 일본은 플레이스테이션(PS) 등 가정용 게임기를 거의 온라인으로 연결하지 않았다. 츠지모토 PD는 당시 가정용 게임기에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부터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2005년 ‘몬스터 헌터 포터블’이다. 몬헌 포터블은 언제 어디서나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휴대용 게임기를 위한 게임이다. 휴대용 게임기에 맞춰 조작성과 멀티플레이 환경도 구성했다.

츠지모토 PD는 "2008년에 만든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G’는 모든 직원이 달려들어 10개월 만에 만들었다"며 "몬헌 포터블 세컨드G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혼자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몬헌 포터블 세컨드G에는 ‘동반자 아이루’ 시스템이 추가됐다. 동반자 아이루는 혼자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멀티플레이와 같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9년에 나온 ‘몬스터 헌터 트라이’는 닌텐도 위로 출시됐다. 몬헌 트라이에는 입체적인 액션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다가 ‘수중전’을 추가했다. 그동안 물가에서만 움직일 수 있던 캐릭터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2013년 ‘몬스터 헌터4’에서는 지형에 높낮이를 도입했다. 그동안 몬헌 시리즈에 없던 ‘점프’도 추가했다. 지상과 물속을 오가며 전투하고, 지형의 고저차를 이용한 다채로운 액션 구현을 위한 시도였다.

몬헌 시리즈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매번 글로벌이라는 벽을 마주해야 했다. 츠지모토 PD는 "일본판을 먼저 출시하고 해외판을 출시하거나 그랬지만 스스로는 글로벌 타이틀에 걸맞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2018년 진정한 글로벌 세계에서 경쟁할 몬헌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몬스터 헌터 월드’다. 몬헌 월드는 2021년 10월 판매량 2000만장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몬헌 월드는 휴대용 게임기 성능에 맞춰 그래픽을 조정했던 이전 게임들과 달리 그래픽에 집중했다. 맵과 맵 사이 로딩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심리스 월드’도 구현했다.

몬스터 헌터 라이즈: 선브레이크. / 변인호 기자
몬스터 헌터 라이즈: 선브레이크. / 변인호 기자
츠지모토 PD는 몬헌 월드 이후 타깃을 닌텐도 스위치로 잡았다. 그는 "여태 쌓은 노하우를 제대로 담은 몬헌을 만들고 싶었다"며 "그것이 ‘몬스터 헌터 라이즈’와 ‘몬스터 헌터 라이즈: 선브레이크’다"라고 설명했다.

닌텐도 스위치는 휴대모드와 독모드(거치모드) 두 가지를 오갈 수 있는 콘솔 게임기다. 휴대모드는 모바일게임을 하듯 플레이할 수 있고, 독모드는 TV나 모니터에 연결해 큰 화면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츠지모토 PD는 "몬스터 헌터는 같은 시리즈물이어도 계속 도전해나가는 것을 중요시했다"며 "이용자가 어떤 시스템에서 도전하더라도 ‘이게 몬스터 헌터지’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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