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게임시장 중 하나인 한국의 규모는 올해 18조8900만원, 2023년에는 23조4600만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미국에서 1년 동안 장애인이 게임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210억달러(약 28조2030억원)다. 1년 동안 미국의 장애인 게이머가 지출할 수 있는 돈이 한국 게임시장 규모보다 크다."

마크 발렛 에이블게이머즈 채리티 창업주가 장애인 게임 접근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마크 발렛 에이블게이머즈 채리티 창업주가 장애인 게임 접근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마크 발렛 에이블게이머즈 채리티 창업주가 18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제 게임 콘퍼런스(G-CON X IGC)’에서국내 게임 개발사에 미국 장애인을 위한 게임 개발을 권유했다. 에이블게이머즈 채리티는 2004년 게임을 통해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을 막고 장애인들의 게임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기업과 게이머를 지원하는 자선단체다.

발렛은 "18년 동안 장애인 시장에서 일해 보니 과거에는 장애인 접근성에 관심 없던 게임사들이 이제는 관심을 보인다"며 "장애인의 구매력이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장애인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게임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게임사가 그동안 장애인 접근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장애인 접근성은 장애가 게임 플레이에 구애받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돕는 것을 말한다.

발렛은 "집에 게임용 기기를 보유한 장애인의 수가 한국에는 600만명, 미국 5000만명, 유럽은 470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이 3개 시장만 봐도 1억300만명의 잠재고객이 존재하는 셈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일괄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장애의 종류도 많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자폐증이나 난독증 같은 신경 다양성 장애 등 다양하다. 장애별 정도의 차이도 있다. 시각장애만 해도 앞을 보지 못하는 것부터 색맹, 색약도 해당한다. 고령화도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수록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자막 제공, 자막 크기 조절, 음량 조절 등의 접근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접근성을 해결하면 장애를 가진 전 세계 18억5000만명을 고객으로 확보한다"며 "그들에게 유대감을 가진 친지들까지 합하면 잠재고객이 34억명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캐나다에는 50세 이상 게이머가 18세 미만 게이머보다 많다"며 "미국과 캐나다의 베이비부머 세대들도 15조달러(약 2경122조5000억)에 달하는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분명히 공략가능한 시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접근성은 서구권 게임사는 이미 적극 도입을 시작한 개념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 ‘언차티드’ 시리즈를 개발한 미국의 게임사 너티독은 2009년 출시한 ‘언차티드2’부터 접근성을 도입해왔다. 2020년 출시한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시각장애인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의 접근성을 제공한다.

발렛은 "너티독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세상을 만들고 의지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접근성을 중시했다"며 "하지만 아직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개발사들은 장애인 접근성을 시작하지 못한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게임에 접근성을 도입하려면 개발 초기부터 많은 고민을 통해 반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지를 개발 초기부터 결정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는 색맹모드, 색약모드 도입 방법을 알려드리는 대신 왜 색맹·색약을 해결해야 하는지 이유를 말씀드린다"며 "스토리를 구현하는 개발과정에서 접근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