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VAC)은 ‘최초’ 타이틀을 여럿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설립 1년 만에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메타버스 업계 첫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 반열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EBS와 협력해 국내 최초 SF 토크쇼를 제작, 방송한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고병현 서비스본부 총괄 상무(왼쪽)와 최찬 브이스테이지 리더(오른쪽)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고병현 서비스본부 총괄 상무(왼쪽)와 최찬 브이스테이지 리더(오른쪽)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버추얼 프로덕션 공정 단축 하는 에셋 라이브러리

VAC가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최초라는 타이틀을 다수 보유한 이유는 버추얼 스튜디오 설립 전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유니콘이 된 것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튜디오 인프라와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 경쟁력과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최근에는 버추얼 프로덕션(VP)용으로 에셋을 최적화하고 라이브러리화(化)한 ‘브이스테이지(V·STAGE)’와 웹사이트에서 에셋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버추얼 스카우팅’ 기술을 선보이며 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브이스테이지는 버추얼 프로덕션(이하 VP) 활용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D·3D 가상 환경과 디지털 소품 지식재산권(이하 IP)을 모은 에셋 라이브러리 플랫폼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VP를 위한 웹 기반 버추얼 스카우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버추얼 스카우팅은 촬영 로케이션 및 세트를 가상 환경에서 미리 시각화해 보는 기술이다.

이들 서비스와 기술은 모팩에서 합류한 고병현 상무와 최찬 브이스테이지 프로젝트 리더가 주축이 돼 개발됐다. 모팩은 VAC의 시각효과(VFX) 관련 자회사다. 2019년부터 언리얼엔진을 활용한 버추얼 촬영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고 상무와 최 리더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사가 VP를 활용할 때 어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파악했다.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들이 브이스테이지다.

최 리더는 "머리 속에 대략적인 콘셉트나 이미지는 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고 정하는 제작사가 거의 없다"며 "먼저 대량의 데이터(에셋)를 제작해두고 제작사가 확인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거나 ‘이걸 메인으로 사용하면 조금 수정하면 되겠다’같은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VAC는 이렇게 대량의 에셋을 모아 제작사가 미리 살펴볼 수 있게만 해도 제작공정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VP는 제작사가 어떤 에셋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에야 비용을 협의하고 콘텐츠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셋 확인 절차도 번거롭다. 제작사가 직접 버추얼 스튜디오에 방문하거나 가상현실(VR) 장비(HMD)를 착용해야 한다. VAC는 브이스테이지에 2D·3D 가상 환경, 디지털 소품 IP 등 각종 에셋 2만개쯤을 쌓아뒀다.

그리고 에셋을 웹사이트에서 미리 살펴보는 ‘버추얼 스카우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버추얼 스카우팅은 VP를 위한 각종 에셋을 이용자가 배치하고 360° 카메라를 이용해 웹에서 보게 한다. 이를 통해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하거나 HMD에 접속해야 하는 단계를 건너뛴다는 것이다.

최 리더는 "버추얼 스카우팅은 고객이 다양한 에셋을 직접 살펴보면서 ‘저희 이런 걸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하고 물어보던 단계를 생략하게 한다"며 "단건 프로젝트들은 브이스테이지에 등록된 다량의 에셋을 통해 자신들이 어떤 에셋을 활용할 수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찬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브이스테이지 프로젝트 리더가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있다. /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최찬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브이스테이지 프로젝트 리더가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있다. / 브이에이코퍼레이션
브이스테이지, 2023년 여름 글로벌 상용화 추진

VAC는 9월부터 브이스테이지를 베타 서비스 중이다. 아직 상용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콘텐츠 제작사에 VP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리더는 "브이스테이지는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 마켓 플레이스 기능이 제외된 사이트 기능을 고도화해 글로벌 누구나 회원가입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1차 목표다"라며 "이후 VP 시장에서 브이스테이지가 이름을 어느 정도 알렸다면 마켓 플레이스까지 추가해 기능을 확장하고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VAC는 향후 브이스테이지를 기업 간, 혹은 개인 간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브이스테이지는 아직 VAC의 버추얼 스튜디오와 프로젝트 연계를 위한 기능만 제공한다. VAC는 다른 기업과의 협업체계도 구축하고 외부 에셋 개발·제작자가 브이스테이지에 에셋을 올려 수익을 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고 상무는 "일반 이용자가 다양한 환경과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브이스테이지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에셋 호환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기술 개발 및 사업 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VP 시장 활약은 물론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 내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