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KT와 LG유플러스에 할당했던 28㎓ 주파수 대역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이용 기간은 확 줄였다. 이통3사가 주파수 할당 관련 경매 당시 정부에 제출했던 기지국 의무 구축 목표를 지키지 않은 탓이다.

한국에서는 5G 용으로 나온 초고주파(㎜Wave) 대역이 외면을 받지만, 미국이나 글로벌 상황은 다르다. 축구 경기장 등 사람들이 밀집하는 구역에서 핫스팟 중심으로 통신망을 운용한다. 퀄컴이 새로 선보인 스냅드래곤 X70 모뎀을 장착한 레퍼런스폰으로 초고대역 주파수 대역에서의 속도를 테스트해 보니 3.3Gbps 이상의 속도가 나왔다. 3.5㎓ 대역을 주력망으로 사용하는 한국에서의 속도가 900Mbps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무려 3.5배 이상 빠른 속도다.

퀄컴은 15일(이하 현지시각)부터 17일까지 미국 하와이에서 ‘2022 스냅드래곤 서밋’을 열었다. 행사에서는 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 2세대’ 제품뿐 아니라 통신 모듈, 컴퓨트 칩셋, 증강현실 칩셋 등 다양한 제품 소개와 함께 시장 트렌드가 발표됐다.

하와이 현지에서 만난 프란세스코 그릴리(Francesco Grilli) 퀄컴 제품 관리 부사장과 이그나시오 콘트레라스(Ignacio Contreras) 퀄컴 제품 관리 시니어 디렉터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Wave 이용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프란세스코 그릴리 퀄컴 제품 관리 부사장(오른쪽)과 이그나시오 콘트레라스 퀄컴 제품 관리 시니어 디렉터 / 공동취재단
프란세스코 그릴리 퀄컴 제품 관리 부사장(오른쪽)과 이그나시오 콘트레라스 퀄컴 제품 관리 시니어 디렉터 / 공동취재단
미국과 일본에는 28㎓ 이용과 관련한 사례가 많다. 축구 경기 등 인구 밀도가 순간적으로 높아지는 경우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제공해야 상황이 있는데, 이 경우 초고주파 기반 고정무선접속(FWA, Fixed Wireless Access)을 사용한다.

FWA는 스마트폰과 기지국을 무선으로 연결한 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지만, 유선 구간 일부를 광대역 무선 통신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쓴다. 무선 통신 서비스를 위해 무조건 유선망이 깔려 있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퀄컴과 미국 이통사는 순간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는 초고주파 대역 주파수 이용과 관련한 B2C 분야 노하우가 있다. 슈퍼볼을 경험하며 쌓은 기지국 배치 관련 노하우와 분석 데이터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정보다.

콘트레라스 시니어 디렉터는 "초고주파를 전국에 적용할 수는 없고, 본질적으로 고밀도 지역에 쓰는 것이 유용하다"며 "교외나 시골 지역의 경우에는 초고주파 무선 방식을 활용해 유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8㎓를 이음5G(프라이빗 5G)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전국민 서비스가 아닌 스마트팩토리나 특정 건물에 이용하는 식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28㎓ 주파수를 반납하는 상황이지만, 인구가 한꺼번에 밀집하는 프로야구 경기장이나 콘서트 경기장 등에 이음5G 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릴리 부사장은 "많은 국가가 특별한 주파수를 떼어 낸 후 이용하는 프라이빗 5G를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메모리 회사 중 하나가 공장 환경에서 초고주파를 테스트했다"며 "와이파이 등 공용주파수를 이용하는 네트워크는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지만, 초고주파 프라이빗 5G는 전용 주파수와 5G 기반 전용 하드웨어가 있기 때문에 와이파이에서 제공하던 영역에서의 QoS(서비스 품질)을 더 높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운로드 3.359Gbps, 업로드 542Mbps를 기록한 퀄컴 스냅드래곤 X70 칩셋 장착 스마트폰의 39㎓ 대역 속도 테스트 결과 화면. / 공동취재단
다운로드 3.359Gbps, 업로드 542Mbps를 기록한 퀄컴 스냅드래곤 X70 칩셋 장착 스마트폰의 39㎓ 대역 속도 테스트 결과 화면. / 공동취재단
콘트레라스 시니어 디렉터는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즉석으로 FWA 사용이 가능한 퀄컴 스냅드래곤 X70 칩셋 장착 레퍼런스 폰으로 네트워크 속도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단말기가 사용한 주파수 대역은 39㎓ 대역이다. 그 결과 다운로드 속도는 3.359Gbps, 업로드는 542Mbps가 나왔다.

비교 대상으로는 미국에서 판매된 갤럭시S22를 사용했다. 해당 제품은 퀄컴 스냅드래곤 X65 칩셋을 장착했고, 이용 주파수 대역은 28㎓ 대역이다. 테스트 결과 다운로드 속도는 3.239Gbps, 업로드는 258Mbps를 기록했다.

최근 세계는 전국 유선망 설치가 어려운 경우 FWA 기술 이용에 집중한다. 이탈리아 이통사 패스트웹은 도심보다는 시골과 교외 지역에서 초고주파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유선망이 업는 구간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콘트레라스 시니어 디렉터는 "인구 16억명의 인도는 매우 공격적으로 FWA에 집중한다"며 "지상에 케이블이 없는 경우 초고주파를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하와이=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