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쇼 ‘지스타 2022’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PC 및 콘솔 기반의 캐주얼·역할수행게임(RPG) 신작을 대거 공개했다. 이들 게임 중 다수는 연말 출시가 예정됐다. 지난 몇 년간 모바일 플랫폼 기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사업을 펼쳐온 국내 게임사 전략에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넥슨 ‘퍼스트 디센던트’, 넷마블 ‘하이프스쿼드’, 네오위즈 ‘P의 거짓’, 호요버스 ‘젠레스 존 제로’의 모습. /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넥슨 ‘퍼스트 디센던트’, 넷마블 ‘하이프스쿼드’, 네오위즈 ‘P의 거짓’, 호요버스 ‘젠레스 존 제로’의 모습. /각 사
PC 및 콘솔로 플랫폼 확장…게임 장르도 다각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스타에 참가한 게임사들이 다양한 신작을 공개하며 이용자 관심을 끌었다. 대다수 참가사는 기존 모바일 게임 중심에서 PC, 콘솔 등 플랫폼과 캐주얼 및 슈팅, RPG, 인디 등 다양한 장르로 행사를 장식했다.

지스타 2022에 마련된 넷마블 체험 부스. / 송가영 기자
지스타 2022에 마련된 넷마블 체험 부스. / 송가영 기자
넥슨은 PC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와 ‘데이브 더 다이버’, 모바일과 PC, 콘솔 등 멀티플랫폼 기반 ‘카트라이더:드리프트’를 공개했다. 넷마블은 PC 신작 ‘하이프스쿼드’와 ‘파라곤:디 오버프라임’을 선보였다. 크래프톤은 PC 및 콘솔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네오위즈는 PC 신작 ‘P의 거짓’을 공개했다.

올해 지스타에서 눈길을 끄는 건 대형 시연대를 꾸린 넥슨과 넷마블과 같은 게임사가 모바일 보다는 PC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참가했던 당시와 다른 모습이다. 또 모바일 게임을 출품했지만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MMORPG 이외의 장르로 게임 라인업을 구축한 게임사도 다수 존재했다.

 지스타2022에 마련된 그라비티 부스의 전경 모습. / 송가영 기자
지스타2022에 마련된 그라비티 부스의 전경 모습. / 송가영 기자
그라비티는 자사의 지식재산권(IP) 라그나로크 기반의 MMORPG 게임 라인업에서 벗어나 퍼즐 및 캐주얼, 인디 장르 게임 7종, 자체 개발 게임 6종 등 총 13종의 신작을 준비했다.

오픈월드 RPG로 글로벌 흥행작 원신을 개발한 호요버스도 ‘붕괴: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 RPG 기반 신작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가디언 테일즈에 이은 도트 그래픽 RPG ‘가디스 오더’를 선보였다.

 지스타2022 행사에 마련된 호요버스 부스에 취재진과 관객들이 모여 있다. / 송가영 기자
지스타2022 행사에 마련된 호요버스 부스에 취재진과 관객들이 모여 있다. / 송가영 기자
모바일 MMO 전략 수정…각 사 포트폴리오 확장 구상

업계는 주요 게임사의 플랫폼 확대를 두고 글로벌 시장 성과 견인을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국내 게임사는 지난 몇 년간 국내외 게임 시장을 겨냥해 보급률이 높은 모바일 중심의 게임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이는 모바일 만큼 PC, 콘솔 이용률이 높은 서구권 공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유럽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 연맹(ISFE)과 유럽 게임 개발자 연맹(EGDF)이 올해 발표한 2021년도 유럽 비디오 게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유럽의 게임 이용자는 1억2480만명으로 이 중 54%가 콘솔 게임을, 52%가 PC로 게임을 이용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 미국은 인구의 66%가 게임을 즐겼으며 이들 중 52%는 콘솔, 43%는 PC로 게임을 즐겼다.

국내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국내 게임사가 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에 국내 주요 게임사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를 견인하기 위해 모바일을 비롯한 PC, 콘솔 등 플랫폼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스타2022에서 넥슨 체험부스에 모여든 참관객의 모습. 올해 지스타에는 나흘동안 18만4000여명의 참관객이 찾았다. / 송가영 기자
지스타2022에서 넥슨 체험부스에 모여든 참관객의 모습. 올해 지스타에는 나흘동안 18만4000여명의 참관객이 찾았다. / 송가영 기자
또 장르 확대를 통해 유입 이용자 풀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한국 게임은 대부분 이른바 ‘한국형 MMORPG’라는 평가를 받는다. 플레이 난이도가 높고 과금이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페이투윈(P2W)’ 게임이다. 이는 좀처럼 흥행 성과를 견인하기 어려운 대표 장르로 꼽힌다.

실제 서구권에서 MMORPG 인기는 확인이 어렵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게임 이용자 중 퍼즐 게임 이용자는 65%로 가장 높다. 아케이드 및 기타 게임은 57%, 액션 게임은 43%, 슈팅 게임은 42%, RPG는 41%다. 유럽의 경우 2020년 스포츠, 액션, 레이싱, 퍼즐, 경영 등 게임 장르가 가장 많이 판매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게임을 만드는데 도전하는 게임사가 많아졌다"며 "올해 지스타를 시작으로 각 게임사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새로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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