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희의 디사이퍼] FTX 파산, 절망과 희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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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희 디코드 대표변호사
입력 2022.11.22 12:00 | 수정 2022.11.23 10:00
※디사이퍼(Decipher): 난해한 문장의 뜻을 판독하다. 암호를 해독하다.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 신뢰가 급속히 추락한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또 다시 엄청난 타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이다.

테라-루나 사태가 발행자 측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이 사건은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거래소 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가 미뤄 짐작하기 어렵다. 현재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등 기관투자자를 포함, 수백만명에 달하는 FTX 이용자 출금이 막혔다. 우리나라에도 1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양산했으며 이 사건 이후 비트코인이 20% 넘게 하락하는 등, 시장 전체가 불신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일 코인데스크의 한 보도로 촉발됐다. FTX의 자회사인 가상자산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부분 자산이 FTX가 발행한 거래소 토큰인 FTT로 구성돼 있다는 보도다. 보도 며칠 뒤인 6일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는 "바이낸스가 2021년 FTX로부터 취득, 보유하고 있던 모든 FTT를 매도하겠다"고 트위터에 밝혔고, 이로 인해 뱅크런이 일어나 FTX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8일 자오창펑 CEO는 "바이낸스가 FTX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하루 뒤인 9일 FTX의 취약한 재무상황으로 인수를 중단한다. 그 날 FTX는 이용자 출금을 제한했고, 결국 11일 델라웨어주에 파산보호신청(챕터 11)을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의 원인이 된 FTT는 FTX가 발행한 거래소 토큰이다. 거래소 토큰은 거래소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거래소간 경쟁이 격화하던 2017년 무렵, 거래수수료의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생겨났다.

거래소 토큰은 토큰을 보유한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과 이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었는데,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경우 증권적인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기존에도 존재했었다.

거래소 토큰은 이 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 거래소 내에서 거래될 경우, 시세조종 등으로 이해관계 충돌 여지가 있고, 토큰 보유자와 거래소 기존 주주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해당 토큰을 담보하는 자산을 거래소가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번 FTX 파산의 경우, 가상자산 투자회사인 자회사에게 거래소 토큰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이 자회사는 거래소 토큰을 담보로 최대한의 달러 담보대출을 받는 등, 거래소 토큰을 이용해 최대한의 레버리지를 당겨 쓴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더해 FTX가 예치된 고객 자산을 함부로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거래소들은 괜찮을까? 다행히 현재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 교환중개, 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를 제한, 사실상 거래소 토큰의 발행 및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2020년 개정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개정된 특금법이, 사실상 거래소 토큰 및 이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거래소 재무상황에 해가 되는 상황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 규제당국이 2021년 11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경고했음에도 불구, 적시에 관련 규제를 도입하지 못해 2022년 현실화된 테라-루나 사태를 막지 못했던 상황과 대비된다.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이 두 사건은 올해 가상자산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언급되지만, 결과적으로 필요한 규제를 적시에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다수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총 15개에 이르는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이 제출되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각각의 법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지만, 가상자산시장에 꼭 필요한 규칙을 정하는 일에 시기를 놓쳐 또다른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시급한 공론화와 정리가 필요한 때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희 디코드 대표 변호사 jhcho@dcodelaw.com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기업, 부동산 자문과 거래를 18년간 담당했다. 여러 IT기업들과 스타트업을 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테크놀러지법 분야를 개척해온 변호사다. 현재 법무법인 디코드(D.CODE)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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