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에 불과했던 한국 배터리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3년 내 5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자체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이 1600억달러(217조원) 이상을 신규 투자해야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법인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 조지아주 본사 전경 / SK배터리아메리카
SK이노베이션의 미국법인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 조지아주 본사 전경 / SK배터리아메리카
보고서는 중국과 경쟁하는 국가가 배터리 공급망 개편을 위해 배터리에 782억달러, 부품에 604억달러, 리튬·니켈·코발등 등 채굴에 135억달러, 제련에 121억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같은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로 중국을 제외한 외국기업들의 배터리 투자가 증가하면 앞으로 7년 내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끝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SK와 LG가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덕에 미국이 3~5년 내 배터리 완제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양사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 정부로부터 상당한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당 1만달러(1356만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55%로 치솟을 것으로 관측한 것이다.

하지만 FT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생산의 핵심은 충분한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소재 확보인데, 중국을 제외하면 투자에 나선 기업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컨설팅업체 뉴 일렉트릭 파트너스의 파트너 로스 그레고리는 "호주 희토류 채굴 사업에 외국 투자자들이 부족하다"며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기간 내 중국의 전기차 인프라는 미국과 유럽이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성장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실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시장에서 중국 제조 기업의 점유율은 87%에 달한다. 전구체와 음극재 점유율도 각각 85%, 77%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주요 원자재 대체물질의 개발과 재생기술 발전으로 중국의 지배력이 현재보다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산 주요 광물이 덜 필요한 대체 배터리 화학물질 개발과 리튬·니켈 수요를 줄이는 재생기술 발전이 맞물려 중국의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다"라며 "많은 기업이 리튬 기반 배터리의 대안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와 니켈과 코발트를 쓰지 않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