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넓직한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오전 회의를 하고, 점심시간엔 매일 새로운 5개의 메뉴가 제공되는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오후엔 비즈니스 컨설팅을 통해 재무적인 조언을 얻고, 수요 고객사와 미팅을 한다. 이런 지원은 모두 무상이다.

창업 1년차인 스타트업 '렛서' 임직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삼성전자가 외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취재진에 공개된 장소는 2021년 ‘C랩 아웃사이드 4기’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업무 공간이다.

‘C랩 아웃사이드’ 4기 입주사로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도심형 배달 서비스 '뉴빌리티' ▲소규모 기업을 위한 데이터 클리닝 기반의 AI 개발 및 운영 플랫폼 '렛서' ▲개인 맞춤형 영양제 자동 배합 디바이스 솔루션 '알고케어' ▲비대면 관절 재활운동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를 서비스하는 '에버엑스' ▲개인 맞춤형 온라인 스트레스 관리 서비스 '포티파이' ▲기업에게 필요한 규제 모니터링 서비스 '코딧' 등이 있다.

각 입주사마다 독립된 업무공간…아케이드 오락기 놓인 휴게실도 ‘눈길’

삼성 서울R&D캠퍼스에 마련된 C랩 아웃사이드 공간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조직문화가 혼합된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C랩 아웃사이드 공간. / 박혜원 기자, C랩 아웃사이드 홈페이지
C랩 아웃사이드 공간. / 박혜원 기자, C랩 아웃사이드 홈페이지
입구에 들어서자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출입문쪽 벽면에는 C랩 아웃사이드를 거쳐간 스타트업들의 로고가 빼곡히 전시돼 있고, 반대편 통유리 너머 넓직한 사무실에는 ‘작은 아이디어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문구가 적힌 회의실 등이 있었다.

입주사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마련된 사무실을 사용했다. 27층과 28층에 각각 24개의 업무공간이 있고, 한 공간에 평균 12~14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조직 규모에 따라 1~3개 공간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공용 공간도 곳곳에 마련됐다. 음료와 디저트를 취식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에는 냉장고와 개수대,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돼 있다. 카페테리아 안쪽에는 쇼파와 아케이드 오락기가 놓여있는 등 입주사 직원들이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또 워크샵을 열거나 함께 입주한 다른 스타트업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모빌리티부터 헬스케어까지…삼성전자가 발굴한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

이날 행사에서는 스타트업 6개사의 제품과 솔루션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 / 박혜원 기자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 / 박혜원 기자
가장 먼저 ‘뉴빌리티’의 배송 로봇인 ‘뉴비’ 앞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밤새 충전하면 12시간 가량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뉴비의 외관은 네모난 카트를 연상케했다. 뚜껑을 열면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구조였고, 앞면에는 카메라와 LED 조명이 부착돼 있었다.

뉴빌리티 측은 뉴비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해 복잡한 도심이나 비, 눈 등이 오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배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ED 조명은 장애물을 감지했을 때 윙크를 하는 등 표정을 나타내는 역할을 해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담당한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뉴비는 현재 국내 일부 골프장에서 상용화되고 있다"며 "머지 않은 미래에 다양한 곳에서 뉴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고케어가 선보인 영양관리기기와 영양제. / 박혜원 기자
알고케어가 선보인 영양관리기기와 영양제. / 박혜원 기자
‘알고케어’가 선보인 ‘영양관리기기’도 눈길을 끌었다.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돼 몸상태를 입력한 계정을 기기와 연동하면, 알맞은 영양제를 즉석으로 조합해 제공한다. 영양제는 초소형 밀리미터(3.5~4mm) 사이즈로, 색깔과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어 알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관련해 알고케어 측은 "임상적으로 효능과 적응증이 높은 주요 성분을 중심으로 10종의 영양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실제 사용자가 매일 사용하는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C랩 아웃사이드’ 입주사 혜택과 선정 기준은?

C랩 아웃사이드 입주사에 대한 혜택은 업무공간 무상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1년간 사무실 제공은 물론 삼시세끼 식사, 출퇴근 버스 등 모든 인프라를 지원한다. 오롯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입주사 직원들이 입을 모아 자랑한 혜택은 삼시세끼 제공이다. 넓직한 구내 식당에선 5개의 메뉴가 매일 바뀐다. 디지털 치료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 ‘에버엑스’를 운영하는 윤찬 대표는 "따뜻한 밥과 넓은 사무실 공간을 이용하며 12명이던 직원이 어느새 30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입주사들은 삼성전자로부터 지분 취득 없이 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을 지원받는다. 또 성장 단계별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 판로 개척, 투자 유치 기회 제공, 컨설팅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되기 위해선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 있다. ‘창업 5년 미만’의 ‘국내’ 스타트업이어야 한다.

공모 지원시 평가항목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스타트업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일치하는지, 시장성이 있는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향후 삼성전자와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등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 5기’ 공모를 마치고, 선발을 진행하고 있다. ‘C랩 자문위원회’ 등 사내외 전문가 및 경영진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서류와 인터뷰 심사, 최종 심사를 거쳐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