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리얼크립토] FTX 사태, 전자지갑 활성화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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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
입력 2022.11.25 06:00 | 수정 2022.11.25 16:16
글로벌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자산 건전성 논란 끝에 지난 11일 파산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살펴보면, FTX는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 중 하나였음에도 자산 관리 수준은 후진적이었다. 더군다나 관계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의 자금 조달을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고객 자산을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FTX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개중에는 더 주목받게 된 섹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개인 전자지갑 관련 분야다. 그동안에는 거래 편의성 때문에 중앙화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FTX 파산을 보니 거래소를 마냥 믿기 어렵다는 경각심이 커진 탓이다.

글로벌 1, 2위 거래소 수장들의 발언들도 전자지갑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했다. 2위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FTX 파산 이전부터 개인지갑 사용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일 트위터를 통해, "장기적으로 가상자산은 제 3자의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과 셀프 커스터디 지갑으로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프 커스터디는 가상자산를 거래소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개인 전자지갑에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CEO인 창펑자오 역시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셀프 커스터디는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한다. 당신이 이를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강조했다. FTX에 자산을 맡겨놨다가 찾을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개인 전자지갑을 추천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셀프 커스터디를 거론하며 멀티코인 지갑인 트러스트 월렛(Trust Wallet)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트러스트 월렛은 지난 2018년 바이낸스가 인수한 전자지갑으로, 지갑 안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가상자산을 구매하거나 교환(swap)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창펑자오의 트윗이 화제가 되면서 트러스트월렛 토큰(TWT) 가격이 하루만에 8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코인베이스 역시 '코인베이스 월렛'이라는 비슷한 기능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두 거래소는 평소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디파이를 꼽아 왔고, 중앙화 거래소와 함께 디파이 분야로 계속 영역을 확장해온 바 있다. 결국 FTX 사태로 중앙화 거래소를 믿지 못하게 된 크립토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대안 사업 영역으로 모으고 있는 셈이다.

거래소 안에 묶여 있던 자산들도 실제로 상당량이 이동하는 추세다.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인 글래스노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약 10만6000개의 비트코인(약 2조2000억원) 거래소를 떠나 개인 전자지갑으로 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FTX 파산이 다른 거래소나 크립토 기업의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니 가장 안정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으로 바꿔 개인 지갑에 보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가 전자지갑 시장 활성화를 앞당기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자지갑은 크립토 업계의 유력한 다음 먹거리로 주목받는 웹3.0 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a16z 등 유명 크립토 투자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웹3.0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왔고, 향후 웹3.0 열풍이 불면 전자지갑 사업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이번 FTX 사태로 그 속도가 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국내 지갑 개발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별화를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블록체인 지갑 기업인 아이오트러스트는 최근 웹2.0 기업들이 빠르게 웹3.0용 지갑을 자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업용 웹3.0 지갑 서비스를 공개했다. 한시간 내에 기업 웹페이지와 전자지갑을 연동시켜주고 소셜 로그인을 통한 지갑 사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바라고는 최근 웹3.0용 멀티체인 논커스터디얼 월렛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기존 지갑들은 무조건 돈을 보내는 사용자들이 거래 수수료를 부담해야만 했지만, 바라고 제품에는 제3자가 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수수료를 대납해줄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이런 장치들은 크립토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이더리움 진영에서도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라는 주제로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세상을 변화시킬 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 heand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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