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은 자유 경쟁이 기반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얼마나 구매하는지에 따라 기업이 만드는 상품 종류와 수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구조가 다르다. 보험은 소비자가 주권을 발휘하기 어렵다. 보험시장 구조상 소비자가 정확하게 원하는 상품에 가입하기보다 권유에 의해 가입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소비자가 보험사, 보험설계사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배경이다. 아이지넷은 이러한 보험시장에 주목했다. 2014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잃어버린 소비자주권을 되찾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설립된 기업이다. 아이지넷의 소비자주권 회복 수단은 인공지능(AI) 기반 보험 서비스 플랫폼 ‘보닥’이다.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는 "한국인 97~98%는 어떤 보험이든 이미 하나 이상 가입해 있다"며 "보닥은 그동안 가입했던 보험이 좋은 보험인지 알려주는 것으로 고유의 강점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 / 아이지넷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 / 아이지넷
보험사 설명과 다른 약관도 수작업 라벨링

보닥은 인슈어테크 플랫폼으로서 고객에 보험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지넷은 정보 제공을 위해 다양한 보험약관을 수집해 분류한다. ‘데이터라벨링’ 작업이다. 약관 정보는 보통 보험사의 온라인 공시실에 공시된다. 아이지넷은 이렇게 공시된 정보를 모았다. 아이지넷은 또 판매된 지 오래돼 공시가 없는 보험약관은 직접 수집했다.

문제는 보험사가 ‘oo보험’이라고 소개하는 보험이 실제로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김지태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상품이 무슨 상품인지 모른다는 것이다"라며 "보험사가 주는 정보나 마이데이터 기준으로도 40%쯤 정보가 틀린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해보험이라고 소개했는데 약관을 읽어보면 상해보험이 아닌 경우다"라며 "약관을 사람이 직접 읽어보면서 라벨링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모인 보험약관 데이터는 아이지넷 자산이 됐다. 김지태 대표는 라벨링한 보험약관 정보를 중앙화해 관리하는 곳은 아이지넷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라벨링된 보험 정보는 특약사항까지 포함된다. 보닥은 보험이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것 외 특약 보장 사항을 설계사가 빠트렸다거나 잘 적용했는지 소비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지넷은 누적된 데이터를 기업 간 거래(B2B)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아이지넷은 인슈어테크 분야에서 유일하게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실적을 낸다고 강조한다. 누적 중개액은 2500억원에 달한다. 아이지넷은 또 최근 ‘클락패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B2B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AI 머신러닝으로 추천 상품 설계

아이지넷은 소비자에게 보험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추천한다. 보닥에서 보험을 추천받는 과정에 소비자가 필요한 보장 내용 포함 여부가 반영된다. 예를 들어 보닥에서 먼저 가족력이 있는지, 최근 의사 소견을 받은 내용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특정 보장을 더 확보할 수 있는 형태로 보험을 설계해 추천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그라디언트 디센트(Gradient descent)라는 하나의 머신러닝 방식을 이용해 라벨링된 보험상품 데이터를 각자의 상태에 맞게 추천한다"며 "정확히는 점수를 매겨 해지해야 할 보험과 유지할 보험을 찾아준다"고 설명했다.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아이지넷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아이지넷
소비자주권 회복 위해 "다 하겠다"

아이지넷은 보험 관련 소비자주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중이다. 아이지넷이 2021년 7월 받은 마이데이터 본허가도 소비자주권 회복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었다.

김 대표는 "마이데이터 허가는 보험 가입 정보를 불러오기 위해 필요했다"며 "소비자주권 행사에 마이데이터, 계열사의 보험상품 판매, AI 보험 진단 엔진 개발이나 추천 알고리즘 특허 획득 등 필요하면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보험업계를 ‘기울어진 시소’에 비유했다. 소비자와 보험사가 시소에 타고 있는데 보험사의 몸집이 무거워 보험사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아이지넷은 이런 상황에서 보닥과 ‘클락’으로 소비자를 도와 균형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클락은 친절한 미소와 캐주얼한 옷차림의 캐릭터로 보닥의 친근한 전문가 이미지를 상징한다.

김지태 대표는 "금융업은 그동안 소비자가 주권을 갖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다"며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도 은행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보험처럼 어지러운 시장을 바로잡아 주권을 되찾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소비자주권은 원래 소비자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