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후 논의키로 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안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결과, 같은 항목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에 대해서도 금투세와 함께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여야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과 금융투자 소득 유예안을 분리하지 않고 동일하게 본다. 모두 과세를 2년 유예하자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라며 "금투세 유예안을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면서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을 우선 처리한 후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과 금투세 유예안을 묶어 재논의키로 했다"고 전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조세소위가 처음 열린 22일 상정됐다. 이날 조세소위는 금투세 유예안과 함께 다루기로 하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 논의를 이미 한 차례 미뤘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고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현행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본 공제금액을 250만원에서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다음날 민주당은 정부가 발의한 금투세 2년 유예안에 대해 ‘조건부 합의’를 내걸었다. 증권거래세를 현재 0.23%에서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과세 기준을 기존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도 제동이 걸렸다.

조세소위는 오는 29일까지 총 257건의 법안을 검토한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다음주 중 재논의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절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도 금투세와 함께 내년에 시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는 제대로 된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당장 내년 과세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과세 주무관청인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신고 의무 방식’만 정리한 상황이다. 가상자산 취득 가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데다,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을 보관하거나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한 경우 투자자에게 입증책임을 지도록 돼 있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IT조선과의 통화에서 "금융투자소득은 시장이 좋지 않아서, 가상자산은 과세 기반이 구축돼 있지 않아서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 과세 관청이 구조나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을 지 장담이 어렵다"며 "우선 금융투자와 가상자산투자의 차이점에 대한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 실효성 있는 과세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맞는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