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디커플링'… 내리막서 휘청이는 가상자산 시장

북마크 완료!

마이페이지의 ‘북마크한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북마크한 기사 보러가기 close
입력 2022.11.25 06:00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되며 글로벌 증시가 환호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온기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FTX 파산으로 연쇄 부도 위험이 커지면서 시장이 바짝 얼어 붙었다. 당분간 투심 회복이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더 강한 여진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7일 미국 지수 올라가고 VS 비트코인 떨어지고

25일 가상자산 전문 데이터 분석업체인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비트코인(BTC)과 미국 주가 지수인 S&P500의 상관계수가 0.49로 나타났다. 상관계수 0.8을 넘어섰던 올 초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상관계수는 투자 자산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나타낸다. 0보다 크면 두 자산이 함께 오르 내리는 정도를, 음은 반대 움직임을 뜻한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 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구글 파이낸스 지수
비트코인과 주식이 탈동조화, 즉 다른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 7일 부터다. 이때 FTX가 유동성 위기에 놓이면서 비트코인은 사흘 간 25.1%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우드가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과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은 일시 반등을 보였지만,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반면 S&P지수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에 지난 7일 3770.55에서 23일 4027.26으로 6.8% 상승하며 비트코인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꺾인다는 기대감으로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지수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 호전되는 분위기를 보일 뿐 주가 반등세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계기로 주식-코인 동조화 뚜렷

초기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대부분은 개인이 차지했다. 거래량이 미미해 투자자산으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건 코로나19를 계기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고 기관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1월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의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엔 가상자산과 주요 주가지수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초기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비트코인과 미국 주가지수 S&P500의 상관계수는 0.01에 불과했다. 투자와 재무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CFA Institute에 따르면 가상자산과 S&P500의 상관관계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0.54에서 0.801로 상승했다.

특히 올 초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예고면서 비트코인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의 상관계수는 0.9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매크로 환경(거시 경제)의 영향을 받으면서 위험자산의 성격을 띄게 됐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IB(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시나 샤 수석 전략가는 지난 8월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동시에 위축되기 시작했다"면서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증시와 비트코인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매크로 호전에도 반등 못하는 비트코인…호재 없는데 악재 곳곳에

전문가들은 반대로 매크로 환경이 좋아지면 가장 먼저 비트코인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 거물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일찍이 "연준이 조금이라도 뒷걸음질치거나 인플레이션과 싸움을 포기하는 움직임을 나타낸다면 비트코인이 곧바로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센터 겸임교수는 "매크로 환경이 호전되면서 비트코인이 증시보다 먼저 반등세를 보여야 하지만, FTX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테라-루나 사태’는 몇개의 회사가 파산한 것으로 일단락 됐는데, 가상자산 거래소는 연쇄작용이 일어나는 구조라 더욱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예치 트레이딩 최상단에 있는 제네시스가 파산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의 탈동조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FTX에 자금이 묶인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연쇄 파산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글래스노드 온체인 데이터
투심도 크게 위축됐다. 가상자산 거래소나 예치 서비스에 맡긴 자금을 되찾지 못할 위험에 대비,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모두 개인 지갑으로 옮기면서 매물이 잠겼다. 가상자산 온체인 데이터 기업 글래스 노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17만2700개의 비트코인이 거래소에서 빠져 나갔다.

김동환 대표는 "특히 비트코인을 담보로 맡긴 대출 계약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특히 중요하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 대출이 청산되면서 시장에 악성 매물로 출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블록체인 업계 저명인사는 "아직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은 오지 않았다"며 "코인 시장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는 내년에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모두 자산을 매각하고 현금 확보에 나설 텐데, 가장 먼저 가상자산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장우 교수는 "제네시스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일시적으로 주식 시장을 따라 갈 수는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FTX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거래 가능한 물량이 빠지면서 작은 소식에도 가격이 쉽게 오르고 내리는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0
주요 뉴스
지금 주목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