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탈모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면서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르몬제 위주였던 기존 탈모치료제와 안전성 문제로 흔들리고 있는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를 넘어설 탈모 치료제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제형과 새로운 기전을 바탕으로 탈모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아이클릭아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제형과 새로운 기전을 바탕으로 탈모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아이클릭아트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 시장은 2021년 78억 달러(10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8.1% 성장해 2028년에는 142억 달러(19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두피의 성모(굵고 검은 머리털)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성모는 색깔이 없고 굵기가 가는 연모와는 달리 빠질 경우 미용 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기존 탈모치료제들은 다양한 부작용 문제로 인해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의약품으로 인식된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제형과 새로운 기전을 바탕으로 탈모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선 유유제약이 43억달러(5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및 유럽 탈모치료제 시장에 도전한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는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세계모발학회에서 안드로겐성 탈모(AGA) 적응증에 대한 미국 및 유럽 두타스테리드 정제 임상시험 진행 계획(프로젝트명 DUT)을 공개했다.

DUT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0.5㎎ 도즈로 정제 사이즈를 3분의 1로 줄여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이 개발 목표다. DUT는 2023년 미국 FDA 및 유럽 EMA와 Pre-IND(사전 임상계획) 미팅 후 2024년 임상시험에 돌입해 2026년 미국 및 유럽 탈모치료제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유발하는 DHT 호르몬으로 변화하도록 작용하는 5알파 환원효소 ‘Type-Ⅰ’ 및 ‘Type-Ⅱ’ 모두를 억제하는 탈모치료 작용기전을 갖고있다. 즉, 두다스테리드 성분을 복용하면 DHT 호르몬이 생성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이 체내에 축적되고 탈모 진행 방해 효과가 있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는 "한국과 일본에서 탈모치료제로 허가 받아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두타스테리드 성분이 미국 및 유럽에서는 아직 탈모치료제로 허가 받지 못했으나 의료현장에서 오프라벨로 처방되는 언멧니즈(미충족수요) 상황임을 확인했다"며 "유유제약은 현재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을 자체 생산 및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R&D 진행에 더욱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인벤티지랩도 세계모발연구학회에서 대웅제약·위더스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해 발표했다. 임상 1·2상 결과 모든 용량군은 목표 유지 기간인 1달 동안 혈중 약물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탈모치료 관련 생물학적 지표인 혈중 DHT 농도가 유효하게 감소했다.

특히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초기약물과다 방출이 없었다. 회사 측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임상 3상과 후속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자사 연구진이 새롭게 규명한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의 작용기전과 전임상 효능평가 결과를 ‘Wnt 2022’ 학회에서 최초 공개했다.

JW0061은 피부와 모낭 줄기세포에 있는 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촉진시키는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이다.

Wnt 신호전달경로는 배아 발생 과정에서 피부 발달과 모낭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피부 줄기세포가 모낭 줄기세포로 변해 모낭으로 분화하는데 필요하다. 특히, 모근 끝에 위치해 모발의 성장과 유지를 조절하는 ‘모유두(Dermal Papilla)’ 세포 증식에도 관여한다.

이번에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JW0061이 모유듀 세포에 있는 GFRA1 단백질에 직접 결합해 Wnt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되는 작용기전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와 함께 모발이 자라는 생장기의 발모와 모낭 수 증가 효과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모발의 90% 가량은 생장기 상태이며, 탈모는 대부분 이 시기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JW중외제약은 앞으로 JW0061을 기존 탈모치료제를 보완, 대체하는 새로운 혁신신약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현재 2024년 상반기 JW0061의 임상시험 개시를 목표로 GLP 비임상 독성평가를 하고 있으며, 미국 피부과 분야 핵심의료진과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박찬희 JW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시판 중인 안드로겐성 탈모치료제와 임상 물질 중에서 직접적으로 약물과 단백질이 결합하는 타깃 분석과 발모 작용기전을 명확히 규명한 약물은 없다"며 "이번 JW0061의 연구 결과는 GFRA1을 타깃으로 하는 저분자 약물의 최초 보고 사례로 혁신적인 탈모치료제 후보물질로 주목 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탈모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분야였다"며 "무엇보다 안전성과 편의성이 중요한 치료제 영역임으로, 이 부분을 확실히 잡는 기업이 탈모치료제 개발 전쟁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