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는 상장폐지 되지 않을 것입니다. DAXA와 10여차례가 넘는 질답을 하며 유통량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게 없습니다. 전수조사를 하면 위메이드만 한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에서 자신있게 내뱉은 말이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 위믹스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논의 끝에 거래 정지 및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DAXA는 ▲10월 27일 유의종목 지정 당시 유통량 초과가 도를 지나칠 수준으로 심하다는 점 ▲유통량 정보 오류 소명자료라고 제출한 서류에서 대량의 부적합이 발견된 점 ▲DART, 미디엄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 플레이를 한 점 등을 거래 정지의 결정 배경으로 꼽았다.

상장폐지는 없다는 그의 호언장담이 독이 된 셈이다. 시장은 패닉이다. 업비트에 상장된 위믹스 코인은 2000원대에서 600원대로 떨어졌다. 위메이드 관련 주가는 모두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위메이드라는 글로벌 게임 개발사를 운영하는 장현국 대표를 믿은 투자자만 떠안게 된 셈이다.

불똥은 또 P2E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던 다른 게임사에도 튀었다. 위믹스로 인해 잃은 P2E 신뢰는 결국 P2E 게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P2E의 선봉이던 위믹스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현국 대표는 모든 원인을 암호화폐 거래소에 떠넘기려는 듯한 모습만 보인다. 투자자 보호 방안과 P2E 사업을 영위하는 동료애는 없었다. 장 대표는 "이 사태를 초래한 행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며 "이 사태를 만든 원인을 정정하고 시정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장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장 대표의 말처럼 일관된 기준 없이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도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소는 과거부터 뒷돈을 받고 상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거래소가 코인 상장과 폐지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다. 투자자 보호는 그 뒤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도 100%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수년 간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지 못했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시행하면서는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초래했다. 그 결과 거래소는 무더기로 코인 상장 폐지를 결정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떠안았다. 최근 발생한 루나 사태에도 금융당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정부, 기업, 거래소 등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는 가상자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모든 사태에서 믿을 곳은 없었다. 독자생존만 있을 뿐이다.

유진상 메타버스부장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