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핵심 입주사인 카카오는 카카오톡 등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대국민 서비스가 순식간에 마비됐다. 이후 데이터 이중화·이원화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LG CNS 등 국내 기업은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초거대 IDC 설립을 추진 중이다. 최근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혹한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데, IDC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물론 내년 2분기까지 큰 효과는 없겠지만, 그 이후가 더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를 나타낸 이미지/ iclickart
데이터센터를 나타낸 이미지/ iclickart
25일 소프트웨어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3년, LG CNS는 2024년 초거대 IDC 준공을 목표로 한다.

통상 서버를 10만대 이상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IDC를 초거대 IDC라고 칭한다. 네이버는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 운영이 가능한 총면적 29만3697제곱미터(㎡) 규모의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건설 중이다. 카카오는 경기도 안산에 네이버에 비해 작은 면적인 1만8383㎡ 규모로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수용 가능한 서버 수는 12만대 수준이다.

LG CNS도 캐나다 최대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한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퍼시픽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경기도 죽전에 9만9070㎡ 규모의 초거대 IDC를 구축하고 운영에 나선다.

초거대 IDC 설립 움직임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SK C&C IDC 화재 당시 뼈아팠던 ‘데이터 이중화’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기업이 늘어난 영향이다.

데이터 이중화는 데이터를 하나의 IDC에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다른 IDC에도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이다. SK C&C IDC 화재 당시처럼 원 서버에 이상이 생길 시 이중화해놓은 IDC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강원도 춘천에 ‘각 춘천’이라는 자체 IDC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이중화해놨던 네이버는 사고 직후 장애를 복구했다. 하지만 자체 IDC 설립을 준비 중이던 카카오는 완전한 장애 복구까지 총 127시간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카카오는 SK C&C의 IDC에 의존한 운영을 펼칠 만큼 IDC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재 후 데이터 이중화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직접 IDC를 설립하는 데 속도를 낸다.

반도체 업계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위축되며 어려움이 컸는데, 견조한 실적을 냈던 서버 시장이 더 커지는 만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공급과잉으로 창고에 쌓여 있던 반도체 재고를 털어낼 수 있는 호시절이 오는 셈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초거대 IDC 몇 개 짓는다고 당장 서버용 메모리 업황이 좋아지진 않는다"고 했지만, "IDC 설립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반도체 업황에도 당연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아직 서버 제조사들이 가지고 있는 메모리 재고도 있기 때문에 내년 2분기까지는 공급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IDC들이 경쟁적으로 서버를 늘려가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반도체 업계에도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