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탈 많고 말 많은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결국 상장 폐지된다. 토큰 이코노미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리라 기대를 모았던 위믹스는 각종 논란을 낳은 후 상장 2년 만에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상장폐지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위믹스의 성공을 한 마음으로 바라던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 간의 내홍도 격화되는 형국이다. 위믹스 토큰을 다루는 과정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짚어봤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마케팅으로 시장의 기대감을 높여 투자자를 끌어 모은 후, 상장과 동시에 물량을 털어 수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통량을 속여 추가 자금 마련에 나섰다. 기존의 증권시장이라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국내 중견 상장 기업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라 믿을 만 하고, 블록체인 게임에 접목돼 실생활에서 구현되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위믹스는 이같은 믿음과 기대를 먹고 한때 시가총액 30조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이후 위믹스는 각종 논란으로 시장 신뢰를 잃으면서 상장 폐지에 직면, 현재 시총 6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현국 대표, 위믹스로 기사회생…가상자산 시장 ‘환대’

위믹스는 위메이드를 살린 효자 토큰이다. 위메이드 수장 등판과 동시에 순손실을 기록한 장현국 대표는 위믹스 덕에 기사회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장현국 대표가 위믹스 토큰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8월이다. 당시 위메이드 자회사인 위메이드트리는 ‘미르의 전설2’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위메이드는 2019년 말 연결기준 약 93억원의 영업손실과 2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6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장현국 대표는 신사업과 신규게임을 개발할 재원이 절실했지만, 당시 현금성자산은 381억원에 불과했다.

장현국 대표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위믹스 발행에 나섰다. 2020년 1월 위믹스 런칭 프로모션을 발표, 가상자산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위메이드는 제도권 내 상장사이고,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인 ‘미르4 글로벌’에 위믹스를 접목하면 위믹스 사용 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같은 해 10월 위믹스는 빗썸 상장에 성공했다. 1년 뒤인 2021년 8월 미르4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미르4 글로벌’을 전세계 170여개국에 출시했다. 위메이드는 돈을 벌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플레이투언(Play To Earn) 모델로 유저 확대에 나섰다.

미르4 글로벌 효과는 위믹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상장가 150원이던 위믹스는 2021년 11월 2만9490원으로 고점을 갈아치우며 약 200배 가깝이 급등했다. 당시 위믹스 시가총액은 29조5000억원에 달했다. 오랫동안 규제 당국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기존 사업의 환영을 받지 못한 가상자산 업계는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며 환호했다.

잇딴 논란으로 악화일로… 토큰가격 고점대비 97.9% 하락

위믹스 신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악화일로에 치달았다. 위메이드가 성급하게 위믹스 유동화에 나선 점이 알려지면서 ‘위믹스 먹튀 논란’이 일었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상장과 동시에 위믹스 토큰을 조금씩 내다팔아 2255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투자자 공분을 샀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위메이드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976억원으로 2019년 대비 5배 가량 불어났다.

나아가 위믹스 유동화 자금을 위메이드 실적 부풀리기에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번째 논란이 일었다. 위메이드는 결국 위믹스 매각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매출에서 덜어내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 10월 토큰 유통물량 논란이 일면서 위믹스는 위기에 처했다. 위메이드는 올해 반기보고서에 위믹스 총 발행량 10억개 중 7억9287만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역으로 계산하면 위메이드는 6월말 기준 2억700만의 위믹스를 유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가상자산 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 유통량은 이보다 34.7%인 8216만개 더 많은 2억8916만개를 유통시킨 사실이 들통났다.


결국 국내 5개 가상자산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지난 10월 위믹스를 투자 유의종목을 지정한데 이어, 지난 24일 거래 지원 종료, 즉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위믹스는 오는 12월 8일 국내에서 모든 거래가 종료된다.

위믹스는 28일 오전 10시 20분 업비트 기준 615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1년 11월 고점 대비 97.9%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비슷한 비율로 빠져 약 28조9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위믹스 상장폐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논란을 잇따라 발생시키며 시장의 신뢰를 추락시킨 부분이 특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FTX 사태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는데, 국내에서 위믹스 사태가 벌어져 국내 규제가 더욱 강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