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갤럭시S22 공시지원금을 3배 이상 올리는 동안 미동도 없던 KT가 세 달만에 지원금을 대폭 올렸다. KT는 갤럭시S23 조기출시 전 재고를 처리하며 동시에 아이폰14 품귀에 따른 대체 수요를 잡는다.

11월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같은 달 29일 월 8만원대인 5G 베이직 요금제 가입자에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을 14만7000원에서 45만원으로 3배쯤 올렸다.

KT가 11월29일 베이직 요금제 이용 시 갤럭시S22 공시지원금을 45만원으로 인상했다./ 스마트초이스
KT가 11월29일 베이직 요금제 이용 시 갤럭시S22 공시지원금을 45만원으로 인상했다./ 스마트초이스
올해 8월 SK텔레콤은 27만1000원~50만원이던 갤럭시S22 공시지원금을 10만~17만원 수준으로 삭감했다. KT도 25만5000원~50만원까지 지급하던 지원금을 8만5000원~24만원으로, LG유플러스는 28만~50만원이던 지원금을 8만4000원~24만원으로 크게 줄였다.

통신사와 일정기간 약정계약을 맺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공시지원금은 이통사 전략에 따라 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3사가 갤럭시S22 공시지원금을 최초로 일제히 삭감한 것은 삼성전자 하반기 플래그십 갤럭시Z폴드4·플립4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폴더블폰 대중화를 꾀한 삼성전자 뜻에 따라 신형 폴더블폰에 소비 욕구가 더 몰리도록 돕고자 갤럭시S22 공시지원금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의 재원도 포함이 되므로 맞아 떨어지는 얘기다.

하지만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최근 기존 공시지원금을 원래 수준으로 확 올렸다. LG유플러스는 10월, SK텔레콤은 11월 인상 조치를 했다.

LG유플러스는 10월 18일 월 8만 5000원의 ‘5G 프리미어 에센셜’ 요금제 가입자에 갤럭시S22 공시지원금을 50만원으로 올렸다. SK텔레콤은 11월 4일 월 8만 9000원의 ‘5GX프라임’ 요금제 이용 고객에게 48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경쟁사들의 공시지원금 상향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KT는 11월 29일 월 8만원인 ‘베이직’ 요금제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을 45만원으로 올렸다. KT의 느릿한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최근 애플은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공장인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근무하던 대규모 인력이 이탈했다. 이 영향으로 올해 4분기 아이폰 신제품 생산량은 20%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정저우 공장은 전세계 아이폰 생산량 중 70%를 책임지는 곳이다. 특히 인기 모델인 아이폰14 시리즈의 80%, 프로 모델의 85%를 만든다. 해당 공장이 노사분규로 인해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함에 따라 아이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아이폰 생산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신제품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의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KT가 이 상황을 고려해 갤럭시S22 판매가를 확 낮출 경우 아이폰 대기 수요자가 갤럭시폰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 신제품의 출시가 임박한 점도 갤럭시S22 공시지원금 상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 2월 갤럭시S23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신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남기는 했지만, KT와 같은 이통사가 기존 재고 제품을 빠르게 털어낼 필요가 있다. 갤럭시S23 제품은 11월 29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증을 통과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이통사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공시지원금을 결정한다"며 "회사마다 사업전략이 달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신제품 출시나 경쟁사 상황과 같은 이슈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