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매출 극대화를 위해 택한 위수탁 전략이 난관에 부딪쳤다. 힘들게 내놓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의 생산 과정에서 자회사가 허가받은 저용량 위수탁제품이 약가인하 고려대상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 / 대웅제약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 / 대웅제약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최근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의 쌍둥이약(묶음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 직권 조정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은 ▲아이엔테라퓨틱스의 벨록스캡정10㎎ ▲한올바이오파마의 앱시토정10㎎ ▲대웅바이오의 위캡정10㎎ 등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대웅제약의 자회사로 해당 의약품 역시 펙수클루와 동일한 성분인 위수탁제품이다. 처음 대웅제약이 출시한 펙수클루는 40㎎으로, 대웅제약은 기존 함량을 낮춰 과거 라니티딘 계열 제품이 활약한 항궤양제 시장을 노린 전략을 펼쳤다.

펙수클루는 대웅제약이 올해 7월 국내 정식 출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다.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의 단점을 개선하고, 위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 없는 양성자 펌프에 결합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특징이 있다.

현재 확보된 펙수클루의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40㎎)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10㎎) 등 2가지다. 특히 위염 적응증은 P-CAB제제에서 펙수클루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펙수클루의 등장과 동시에 대웅제약은 관계사인 대웅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아이엔테라퓨틱스를 활용해 성분은 동일하지만 이름이 다른 쌍둥이약을 생산하는 위수탁 판매법을 실시했다.

펙수클루정10㎎ 쌍둥이약은 모두 8월 24일 같은날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당시 등록은 신약이 아닌 용량만 변경한 ‘자료제출의약품’으로 등록됐다. 기존 의약품을 포함한 4종의 의약품은 모두 충청도 오송에 위치한 대웅제약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해당 의약품들이 다른 회사 의약품인지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행법상 기존 제품과 동일한 성분·용량을 가진 타사 제품이 건강보험에 신규로 들어오는 경우 당국은 가격 인하를 위한 직권 조정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쌍둥이약이 제네릭으로 간주될 경우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속칭 ‘계단식 약가제도’에 의해 약가가 하향 조정된다. 해당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오리지널 대비 1회에 한해 53.55%로 조정된다.

현재 펙수클루정10㎎ 쌍둥이약에 대한 기본 책정 가격은 39원으로, 만약 복지부가 대웅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아이엔테라퓨틱스를 다른 회사라고 판단하게 되면 약가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매출 하락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 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 / 대웅제약
앞서 대웅제약은 라니티딘 성분인 ‘알비스정’에도 이와 같은 위수탁 방식을 채택해 경쟁제품 대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당시 위염치료제 시장이 치열했던 상황에서 대웅제약은 다수의 자회사와 막강한 영업력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다른 약물과 병용으로 처방이 이뤄지는 세트처방 시장도 공략할 수 있었으며, 대형종합병부터 의원급까지 규모별 의료기관 영업활동을 진행, 매출 극대화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대웅제약은 자회사가 생산해낸 위수탁 제품과 오리지널 간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에 빠진 상태다.

더욱이 동일한 P-CAB 계열 항궤양제인 케이캡과의 경쟁에서 기업 고유의 특장점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19년 국내에 출시된 케이캡은 HK이노엔이 개발한 30번째 국산 신약으로, 한해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유일한 국산 신약이다.

이미 케이캡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며 자리를 잡은 시장에서 대웅제약은 막강한 영업력과 자회사를 활용한 시장 확장력을 필두로 P-CAB 계열 항궤양제 경쟁을 펼칠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대웅제약이 오리지널인 펙수클루 하나만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웅 측은 정부 당국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사실 대웅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모두 같은 회사이기 때문에 이들이 생산한 묶음의약품을 제네릭으로 볼 이유가 없다"며 "당국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관련자료를 면밀히 준비해 협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