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멀티채널네트워크(MCN)로 꼽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수익성 악화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이유다. 업계는 이를 두고 예견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와 계약해 이들의 광고 수익을 일정 부분 배분받는 수익 분배 구조가 취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시작으로 MCN의 취약한 수익구조가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샌드박스네트워크(샌드박스)가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단행키로 했다. 이에 사업조직을 일부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권고사직을 협의 중이다. 연봉협상도 2023년 2분기까지 중단키로 했다.

영업손실이 꾸준히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샌드박스의 지난해 매출은 1137억원으로 전년 899억원에서 26.47% 성장했다. 문제는 적자 폭은 더 많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샌드박스의 2021년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65.75% 늘어난 121억원이다. 그 전년인 2020년에도 73억원의 적자를 냈다. 외형은 성장하지만 손실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원인은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는 데 있다. MCN의 주 수익은 인플루언서 영상 콘텐츠 광고 수익을 배분받는 형식이다. 영상 조회수당 받는 광고 수익의 일정 금액을 나누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MCN이 배분 받는 비율은 적을 수밖에 없다.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튜브 광고 수익이 발생하면 45%는 구글이 가져간다. 나머지 55%를 크리에이터와 MCN이 나눈다. 이 때 MCN은 크리에이터가 받는 수익의 10~30%를 받는다. 신규 크리에이터 영입비용, 신사업 투자비용도 있어 MCN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된다. 샌드박스뿐 아니라 트레져헌터 등 다른 MCN도 마찬가지다. 트레져헌터는 2021년 매출은 증가했지만 적자 폭이 48억원에서 61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MCN은 자체 광고주가 없으면 수익구조는 더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광고주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낮은 영상 광고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MCN을 운영했던 A씨는 "광고주가 필요한 MCN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영업인데 광고 영업은 한정적이고 수익규모도 적다"며 "예전에는 방송 장비나 영상 편집자를 지원하면서 영상수익을 배분했는데 막상 해보니 크리에이터가 직접 해도 되니까 MCN이 뭔가 해주는 것이 없다고 느끼게 되고 굳이 계약하지 않는 추세가 된다"고 설명했다.

MCN 운영 과정에서 회사와 크리에이터 간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대리인 문제란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이 권한을 위임한 사람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지칭한다.

박인영 사이버한국외대 교수는 "MCN이 원하는 이익과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이익이 사실 근본적으로 잘 맞지 않다"며 "크리에이터는 MCN이 해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MCN은 크리에이터에게 뭘 해줘도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일종의 대리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MCN이 딱히 해주는 것이 없다고 느낀 크리에이터는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MCN은 일정 수준 인기가 있는 크리에이터와 계약하는데 이미 성장한 채널은 계약금이 많아 질 수밖에 없다"며 "관리비용을 생각하면 계약금 이상의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