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는 28기가헤르츠(㎓) 전국망 구축에 낙제점을 받았지만, 같은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는 5G 특화망(이음5G) 사업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28㎓ 대역 주파수 특성상 전국망보다 제한된 장소에서 활용하는 특화망이 더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6G와 같은 상위 기술 진입을 위해 고주파 대역에서의 사업 경험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통3사가 초고대역 주파수에 대한 직접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5G 이미지/ iclick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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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통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는 이음5G 사업을 희망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5G 사업 모델 발굴을 지원하는 등 특화망 사업에 적극적이다. 28㎓ 대역 5G 특화망 주파수를 할당 받은 이음5G 사업자와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장애물 피하지도, 뚫지도 못하는 28㎓...전국망 대신 특화망 관심 집중

초고주파인 28㎓ 대역 주파수는 현재 이통사가 5G망에서 사용하는 3.5㎓ 주파수에 비해 3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3.5㎓ 대역보다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의 꺾임성)과 투과성(물질을 관통하는 성질)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이 28㎓ 주파수는 초고속 근거리망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는 이유다.

이 같은 한계를 가진 28㎓ 5G망을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기존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기지국을 건설해야 한다. 이통사들은 2000억원대의 주파수 할당대가를 제외하고도 망 구축 비용으로만 수조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전국망 구축 이후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무턱대고 초고대역 주파수 활용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8㎓ 대역 주파수는 이통사 외에 일반 기업도 할당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해당 주파수를 활용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5G 특화망용 주파수를 할당한다. 누구나 건물이나 공장에 5G망을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이음5G 사업자를 30개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까지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이음5G 사업에 나선 곳은 총 15개 기업과 기관이다.

이들이 활용하는 주파수는 28㎓ 대역이다. 필요한 면적에서 쓸 수 있는 주파수를 할당 받은 후 면적당 대가만 지불하면 된다. 전국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사와 비교해 투자비가 확 줄어든다.

통신 노하우로 원전·병원 내 특화망 구축 돕는 이통사, 정부 "도움은 되는데 씁쓸"

하지만 주파수를 공급 받은 특화망 사업자는 망 최적화 든 활용법 관련 노하우가 없다. 주파수를 어떤 사업에 투입해야할지 사업모델 발굴부터 제약이 있다. 오랜시간 통신망 구축 노하우를 쌓아온 이통사는 5G 특화망 사업자들을 돕는 형태로 사업을 함께 한다.

SK텔레콤은 올해 10월 정부로부터 이음5G 주파수를 받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주파수를 통한 원전 안전관리 및 재난 대응을 돕는다. SK텔레콤은 경북 울진에 있는 한수원과 함께 한울원자력발전소와 앞으로 건설할 신한울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현장에 5G특화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현재 이음 5G 구축을 준비 중인 한국전력공사 등을 대상으로 지원 가능한 서비스 등을 일부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같은 SK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이음5G 사업자로 나서면서 이들의 사업을 도울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KT도 삼성서울병원 내 5G 28㎓ 망구축을 돕는다. 전공의를 대상 ‘실감형 의료 전문 교육 서비스’를 위한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집도의가 진행하는 수술 현장을 증강현실(AR)글래스나 내시경, 360도 카메라 등 고화질 실감 영상으로 촬영한 뒤 의료 교육 플랫폼으로 전송한다.전송된 영상은 전문의가 교수실에서 보고 수술 현장을 지도하면 세미나실에 있는 전공의들은 수술 영상과 지도를 동시에 접하고 학습할 수 있다.

KT는 또 특화망 사업자로 지정된 자회사 KT MOS북부를 도와 분당서울대병원에 28㎓ 망 구축에 나선다. 자동주행 전동휠체어나 무인 이송로봇(AMR), 3차원 스마트시뮬레이션센터와 더불어 삼성서울병원의 증강현실(AR) 기반 3차원 원격 교육 등 환자 관리와 병원 운영에 밀접한 의료서비스들을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가장 먼저 5G 특화망 협력에 나섰다. 올해 6월 CJ올리브네트웍스와 이음5G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이음5G 구축 사업에 LG유플러스가 인터넷 전용회선을 공급하고, 양자내성암호(PQC) 전용 회선을 비롯한 신규 서비스를 적용해 특화망 보안을 강화하는 등 협력에 나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망구축 노하우가 부족한 5G특화망 사업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전국망 투자에는 너무 소홀했던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오랜 통신 노하우를 통해 특화망 사업자들의 망구축을 돕는 형태로 정부 정책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