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탈 많고 말 많은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결국 상장 폐지된다. 토큰 이코노미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리라 기대를 모았던 위믹스는 각종 논란을 낳은 후 상장 2년 만에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상장폐지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위믹스의 성공을 한 마음으로 바라던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 간의 내홍도 격화되는 형국이다. 위믹스 토큰을 다루는 과정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짚어봤다.

위믹스 상장폐지의 효력을 중단하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이 오는 7일로 예정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통량 허위 공시 논란을 일으킨 위메이드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 아닌, 닥사의 상폐 결정에 하자가 있는 점을 근거로 위믹스 투자자의 손실을 잠시라도 막자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경우 가상자산 유통 범위와 사전 공시 의무를 명확히 해 잠재 투자자를 보호하는 한편, 위믹스 투자자들이 상폐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의성실원칙 위반 VS 예측가능성 위반…법원 가처분 심리 세 가지 시나리오

법리상으로 따졌을 때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가능성이, 닥사는 상폐 결정 과정에서 ‘예측가능성’ 위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근거로 법원의 심리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전망이다.

▲위믹스가 유통량을 허위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위믹스가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점을 인정하지만, 닥사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는 경우 ▲위믹스가 유통량을 허위 공시했고, 닥사의 의사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경우 등이다. 나머지 변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위믹스 투자자들의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다.


법원은 위메이드가 ▲코코아파이낸스 예치 ▲메인넷 서비스 ▲위믹스 생태계 투자에 투입한 위믹스를 ‘유통량’으로 볼 것인지 따진다. 이어 사전에 유통 물량을 고지하지 않은 게 허위 공시에 해당하는 지 본다. 업비트는 위메이드가 유통량을 속이고 허위 공시해 상폐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위메이드는 해당 물량이 유통량에 속하지 않고 소명 절차에 충실히 임했기 때문에 상폐가 부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이 위믹스 유통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다. 이 경우 위믹스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이 유지된다. 추후 닥사는 같은 이유로 위믹스나 다른 가상자산에 대해 상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법원이 위믹스 유통에 문제가 있다고 볼 경우, 닥사의 상폐 결정이 합당했는지 들여다 본다.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즉, 위메이드와 같은 행위를 할 경우, 다른 블록체인 개발사나 투자자들이 충분히 상폐를 예견하고 미리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법원이 닥사의 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위믹스 상폐는 대법원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법원이 닥사의 결정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위메이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위믹스는 오는 12월 8일 최종 상폐된다.

위메이드는 ▲닥사의 의사결정 절차가 공개되지 않은 ‘형식적 흠결’ ▲상폐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실체적 흠결’을 남겼다고 주장한다. 위믹스 투자자들은 상폐 정보가 사전 유출된 정황을 문제삼으며 닥사의 결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닥사나 업비트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반박이나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물량이 유통량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나아가 상장 법인의 수장으로 자본시장법을 꿰고 있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법률 미비 허점을 이용, 투자자 손실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만 닥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존재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닥사 의사결정 하자를 이유로 한 가처분 인용, 리스크 최소 중론

관건은 보호해야 할 투자자의 범위다. 닥사는 중대한 불공정 행위로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할 ‘잠재 투자자’를, 위메이드는 닥사의 중대한 하자가 있는 의사결정으로 재산상 손실을 보게 된 ‘위믹스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위믹스 허위 공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당장은 위믹스 투자자를 보호할 지는 몰라도 시장 질서 훼손으로 인한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첫 번째 시나리오가 지닌 리스크다.

두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법원이 닥사의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위믹스 투자자들은 위험을 줄일 기회를, 닥사에게는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갖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법원이 닥사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며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위믹스 투자자의 손실이 현실화된다. 이와 함께 닥사가 어떤 경우에 코인을 상폐하는 지 예측이 어려워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은 권리 회복의 ‘시급성’과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근거로 잠재 투자자보다 위믹스 투자자들의 손실 복구가 시급하며, 가처분을 인용하면 손실을 복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각종 커뮤니티에서 비교적 균형잡힌 의견을 내놓다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들은 위메이드와 닥사 모두 중대한 하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시급성’의 선후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반 투자자 측은 위믹스를 상폐해 훼손된 시장 질서를 회복한 후, 닥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잘못된 의사결정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위믹스 투자자들은 우선 잘못된 의사결정을 무효화시킨 후, 장현국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의견 차이는 ‘재산권’에 있다. 업계에서는 위믹스 상폐로 잠재 투자자들의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위믹스 투자자들은 평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들의 손실 복구가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법인 하이라인의 김윤희 변호사는 "상폐가 확정될 경우 위믹스 투자자들은 대응 방안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렵게 된다. 이 경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지 않을 경우 위믹스 상폐로 발생하는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크고 복구가 시급하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어 "상폐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위믹스 상폐 위험에 대비할 시간을 주면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위믹스 상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상태에서 본안을 다투는 것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