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자동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높아진 금리로 인해 신차 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도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자동차 구매 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3.25%까지 인상됨에 따라 카드사,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리도 크게 높아졌다. 자동차 할부금리는 올해 초 2% 초반대였지만 최근에는 10%대까지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자동차 할부의 경우 출고 이후 금리가 적용되는데 올해 초 계약을 한 이후 지금 차량을 받은 소비자라면 4배 이상 높아진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신차 출고를 앞둔 소비자들의 계약 취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완성차업체 대리점 관계자는 "1~2년 사이 90건 가량의 계약이 쌓여있었지만 최근 들어 30건 이상 계약이 취소됐다"며 "출고 기간을 오래 남겨 둔 고객들의 취소보다는 출고를 한두달 앞둔 고객들의 취소가 많다. 처음 계약했을 때보다 금리가 많이 높아져 부담스러워져서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중고차 시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금리로 인한 중고차 할부 금리가 20%에 육박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크게 줄어든 실정이다. 또 다수의 캐피탈사가 매매상사에 재고금융 공급 규모를 줄이는 등 중고차 딜러들의 금융사정도 악화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단지를 방문하는 고객들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높은 금리로 인해 중고차 구입을 포기하는 고객들이 많이 있다. 딜러들의 경우 악화된 금융사정으로 인해 상품 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내년까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고 한국 역시 미국의 금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 할부 금리의 경우 후행금리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3~4개월 가량은 높은 금리를 유지하게 된다. 만약 내년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할지라도 연말까지 높은 할부금리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신차 계약 취소 통계를 내고 있지는 않다"며 "금리 인상 뿐만 아니라 출고 지연으로 인한 중복계약 등의 요인도 있어 계약 취소 이유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백오더(대기수요)가 많이 있어 신차 계약 취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백오더를 해소하고 난 이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판매량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가 유지돼 자동차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미국의 금리를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고 자동차 할부 금리의 경우 후행금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서울근교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 IT조선 DB
서울근교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 IT조선 DB
연합회 관계자는 "길게 3년 정도 고금리의 여파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업계 전체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많은 여신을 일으켜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이 많이 어려울 것이다"며 "문을 닫는 사업체들도 많을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신차도, 중고차도 금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금리가 당장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로 인한 신차, 중고차 구매 심리 위축 현상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업계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출고 지연 현상이 있어서 계약 취소의 여파를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며 "다만 신차 출고 지연이 해소가 된 이후, 내년 하반기에는 고금리의 여파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고차업계의 경우 판매도 판매지만 캐피탈사에서 딜러에게 제공하던 금융서비스의 규모를 줄여 상품 매입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해당 업계도 당분간 크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성우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