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법안들이 곧 논의될 것으로 관측됐다. 다양한 법안 상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회는 본회의가 진행되는 날 공공보건의료대학(이하 공공의대)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법안소위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복지위에 따르면 본회의가 열리는 9일 공공의대 설치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개최된다. 공공의대 설치 법안은 무려 5년간 의료계 반발과 여야간 입장 차이로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더불어민주당은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설치를 적극 찬성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의정협의체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공공의대 설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현재 복지위에서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창원의대 특별법과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김성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의대법,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국립공공의대법 등이 계류 중이다.

앞서 해당 논의는 지난달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안건 합의가 되지 못해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말 시민사회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공공의대 신설 법안 제정에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정춘숙 의원은 "복지위에 계류돼 있는 1459건의 법안 중 하반기에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공공의대법을 포함한 여러 법의 심의에 대한 여당의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복지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공의대법 공청회를 개최해 법안심사 전 사회적 합의를 위한 각계 의견수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공공의대법 논의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매년 9월 100일 일정으로 시작되는 정기국회가 마무리 돼도 대통령이나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임시국회를 열어 주요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의료직역간 최대 논쟁거리로 자리잡은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역시 9일 전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간호법의 경우 상임위를 통과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간 간호법을 지지해온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패스트트랙이 발동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야당 의원들은 국회법 제86조 3항에 따라 법사위 회부 후 이유 없이 60일이 지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간사간 협의 또는 무기명 표결(재적 위원 5분의 3 찬성)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대선공통 공약추진단 논의 우선순위로 간호법을 내세우며, 여당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안에 안건 상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이 의결될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야당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법안을 무리하게 상정시키기에는 부담을 느껴질 수 있어서다.

이밖에 복지위에서는 의약품판매·촉진대행사(CSO) 신고 의무화 법안과 공공심야약국 법안 등에 대한 심사도 진행된다. 특히 의사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수수를 금지하는 등 내용이 담긴 CSO 신고 의무화 법안은 여야 모두 이견이 없기에 복지위 통과가 무난해 보인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CSO 신고제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해당 법안은 의약품 처방 의사가 CSO로부터 금품을 수수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담겨있고, 신고 절차를 밟지 않은 CSO는 의약품 판촉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CSO 신고제 법안은 지난해 말 복지위 통과가 유력했지만 간호법 등 타 법안 심사에 밀려 1년 넘게 국회에 계류상태였다. 만약 CSO 신고제 법안이 통과되면 CSO를 활용한 편법적인 리베이트 영업이 어느정도 근절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CSO 신고제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 ‘CSO 리베이트 수수 금지’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은 의료인이나 의료관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제약사 또는 CSO가 제공하는 금전·물품·편익·노무·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받지 못하게 하는 ‘의료법 제23조의5’조항에 대한 수정 법안이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CSO 리베이트 수수 금지 법안은 이전부터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법안이라며 반대왔다. 또한 국회 내에서는 CSO 신고제를 통해 리베이트를 강한 규제할 방법이 마련된 상황이라 추가 개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관계자는 "올해가 가기전 많은 의원은 그간 산적해 있는 법안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다"며 "다만 정치적 논쟁 여지가 있는 법안을 무리하게 상정시키는 일을 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