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이 지났다. 업계에선 구 대표의 연임 성공 확률은 당연하고, 확정 시기가 언제가 될 지에 관심이 높다. 구 대표 취임 후 3년간 KT 성장세를 되짚어보면, 구 대표가 연임하면 안 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유영상, 황현식 대표의 유임을 결정했다. KT가 이통3사 중 유일하게 CEO를 교체할 경우 사업 불확실성이 클 수 있는 만큼, 구 대표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할 경우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구현모 KT 대표가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번주 중 구현모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구 대표는 11월 8일 연임 의사를 밝혔는데, 이후 KT 이사회는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사위원회는 투자자와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며 재선임 여부를 검토했다. 구 대표 재임 중 경영 계약 이행 평가 결과와 경영 목표 달성 정도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경쟁사 CEO들도 그대로증권가·노조 ‘구 대표 연임 환영’

심사위원회가 접촉한 이해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구 대표 연임을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실적과 주주 친화적 배당, 미래사업 추진 등 다양한 면에서 호평가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KT는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9년 1100원을 배당한 KT는 구 대표 취임 후인 2020년 1350원, 2021년 1910원을 배당하는 등 금액을 꾸준히 늘었다. 올해 배당 역시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T의 시가 배당률은 5~6% 수준이다. 국내 상장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안정적인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 성장이 조화를 이루면서 2021년 KT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1.2%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KT가 꾸준한 매출과 이익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가치 또한 2020년 1월과 비교해 올해 8월에 45% 성장하면서 통신사 중 유일하게 성장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앞으로 KT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의 KT 수익률은 2008년 이후 최고였다"며 "올해 주가 상승률은 22.4%로 통신업종 중 유일하게 상승했고 지수 상승률도 전망치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0년 5월 제시한 목표보다 올해 50% 초과 성장했고, 5G 보급률은 2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KT클라우드와 KT스튜디오지니 출범으로 기업 간 거래(B2B), 미디어·콘텐츠 사업도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3년이 실적과 배당, 주가 등 성과를 감안할 때, 구 사장 연임 시 차기 3년간의 주가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KT 노동조합도 구 대표 연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KT노조는 성명을 통해 "구 대표가 KT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KT의 미래 비전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구 대표의 대표 연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KT노조는 또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성과가 과거 낙하산 CEO들이 단기성과를 위해 추진했던 인력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을 통해 고용안정을 위협하면서 달성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달성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트렌드 읽는 디지코 성과 ‘인정’

구 대표는 2020년 10월 통신 기업(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KT는 2년만에 이통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디지코 업적은 구 대표의 뒤에 가장 먼저 따라붙는 훈장이다.

2019년 14조원 수준의 KT 서비스 매출(별도 기준)은 디지코 확장 이후 2020년에 15조원을 돌파했다. 2021년에는 18조 4000억원쯤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변되는 콘텐츠 역량 강화도 눈길을 끈다. 토종 통신기업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디어 업계에서도 크게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로 2023년 말까지 원천 IP 1000여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이외에도 KT는 국내 최대 8000석 규모의 콜센터 운영 노하우와 KT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마트 컨택센터(AICC) 사업 외연을 확대 중이다. 금융권, 홈쇼핑 등 유통 부문에서 다양한 기업들에게 AICC를 제공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디지털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클라우드·IDC 사업의 별도 법인화를 선택하기도 했다. KT그룹의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전문기업 KT클라우드가 공식 출범했다.

KT클라우드는 최근 최대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는데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다. KT클라우드 본입찰에는 3~4곳의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뛰어들 정도로 흥행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빙하기에도 대형 PEF들이 뛰어들 만큼 가치 있는 기업으로 인정 받았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재임기간 중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 운영으로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후원 관련 사법리스크가 있지만 심사위원회의 연임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KT 안팎의 목소리가 크다.

심사위원회는 조만간 구현모 대표의 연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KT 측은 "일정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초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애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