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실적 악화로 퀵커머스 사업을 접는다. 지난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 만이다. 업계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측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은 ‘오늘도착’ 서비스를 내년 1월까지만 운영한다. 오늘도착은 정해진 시간 내 주문하면 당일 받아볼 수 있는 빠른 배송 서비스다.

주문·배송 시간은 ‘낮에도착’과 ‘밤에도착’으로 나뉜다. 오전 10시30분~오후 1시 주문 시 오후 2시30분~오후 4시30분에 받아볼 수 있다. 오후 1시~ 오후 6시30분 주문 시 오후 7시30분~오후 9시30분 내에 받아볼 수 있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가 주소지와 가까운 아리따움 매장의 상품을 픽업 배송해왔다.

CJ올리브영이 운영하고 있는 ‘오늘드림’ 서비스. / 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 운영하고 있는 ‘오늘드림’ 서비스. / CJ올리브영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0년말 아리따움에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도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돌연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접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비용을 효율화해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려는 차원으로 오늘도착 서비스를 종료한다"며 "어떤 서비스를 시작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퀵커머스 사업을 접으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2% 줄었다. 매출 또한 전년 동기보다 15.9%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악화한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수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이사인 김승환 사장이 아모레퍼시픽의 신임 사장으로 임명해 전체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또, 현재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 유닛장(그룹기획실장 겸임)인 이상목 부사장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이상목 사장은 사업 체질 개선 및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를 위해 힘쓰기로 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현재는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을 고객에 두고, 비즈니스를 재정의하고 재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오늘도착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뷰티업계에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CJ올리브영이 유일하게 됐다. CJ올리브영의 ‘오늘드림’은 주문하면 3시간 내 가까운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해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뷰티업계뿐 아니라 e커머스 업계 전반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가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다. e커머스 업계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물류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SSG닷컴, 롯데쇼핑 등이 당일·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권역을 축소하는 등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부터 주문 수요가 적은 지역을 대상으로 ‘쓱배송’ 권역을 통합하거나 일반 택배 배송으로 전환하고 있다. 쓱배송은 원하는 배송 시간대를 지정해 주문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빠른 배송 서비스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도 지난 10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쓱배송을 중단했다.

롯데온도 ‘바로배송’ 서비스를 축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바로배송은 주문하면 가까운 롯데마트나 롯데슈퍼에서 상품을 픽업해 2시간 내 배달해주는 빠른 배송 서비스다. 바로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는 올해 초 30여개에서 현재 20여개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GS프레시몰), BGF(헬로네이처), 프레시지 등도 물류 비용 부담 때문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접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빠른 배송이나 새벽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e커머스 전반적으로 성장보다는 손익을 관리해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손익 등을 고려했을 때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측면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