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한국에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인다. 올해 3월 미국, 유럽을 시작으로 일부 해외시장에서만 판매해온 제품인데, 해를 넘겨 국내서 판매하는 것이다. 해외직구로만 구매가 가능했던 삼성 QD-OLED TV는 한국 소비자도 손쉽게 구입이 가능해진다.
14일 전자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2023년 상반기 중 QD-OLED TV(모델명 S95B) 65인치와 55인치 제품을 국내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월 공개한 77인치 크기 제품도 하반기 중 글로벌과 국내 시장에 함께 출시할 전망이다.
QD-OLED TV는 이른바 ‘이재용 TV’라고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 QD-OLED에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생산라인에 3조원쯤만 투입됐다.
이번 QD-OLED TV 국내 출시는 시청자가 필요와 선호도에 맞게 기술을 맞춤화 해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겠다는 판매 취지를 국내 시장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깊숙히 반영된 조치라는 소문도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2023년형 TV 신제품 라인업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3년 전 ‘미래 먹거리’로 삼은 QD-OLED 패널을 적용한 TV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생산 수율을 양산 1년 만에 90%까지 올린 것도 이같은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3년 QD-OLED TV 출하량 전망치를 당초 100만대에서 130만대쯤으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TV 사업에서 OLED는 애증의 존재다. 삼성전자는 2013년에 OLED TV를 공식 출시했지만, 수율 문제로 1년 만에 사업을 포기했다. 낮은 기술진입 장벽과 대중성의 흐름을 쫓아 UHD TV로 급선회 한 후엔 LCD 위에 퀀텀닷(QD) 필름을 입힌 QLED TV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삼성전자의 TV사업을 이끄는 동안 ‘번인(Burn-in·장시간 TV를 켜 놓았을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이슈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OLED TV 활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켰다.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도 ‘OLED TV를 영원히 내지 않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절대 안 한다"며 "삼성전자는 (번인 이슈가 있는) OLED TV를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형 TV 라인업에서도 기존에 강조해온 ‘8K’와 ‘초대형’ 키워드를 내세울 계획이다. 디자인과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 개선에 집중하며 8K·초대형 TV 대중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D-OLED TV의 국내 출시와 관련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