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각종 산업군에서 디지털 전환(DX) 바람이 불고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러한 기류에 합류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에 돌입했다.

일반적인 의약품 생산이 중심이었던 제약 구조에서 벗어나 환자가 약을 복용해야할 적절한 시간을 알려주고 증상 발현을 예측하는 등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전과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업계가 발전하고 있다.

뇌전증 관리 웨어러블 ‘제로 글래스(왼쪽)’와 뇌전증 감지 디지털치료제(DTx) ‘제로 와이어드’. / SK바이오팜
뇌전증 관리 웨어러블 ‘제로 글래스(왼쪽)’와 뇌전증 감지 디지털치료제(DTx) ‘제로 와이어드’. / SK바이오팜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공헌한 많은 기업 중 가장 뚜렷한 청사진을 공개한 기업은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해 글로벌 진출을 이룬 신약 개발 기업이다. SK바이오팜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노바메이트 품목 허가를 획득한 뒤 2021년에는 유럽 시장에 진출, 이후 중국, 일본, 캐나다, 이스라엘,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 등 전세계에 제품이 출시하거나 기술수출을 진행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을 넘어 글로벌 톱 수준의 종합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SK바이오팜은 바이오와 디지털을 융합할 때 비로소 시장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일환으로 SK바이오팜은 SK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줄여주지만 수시로 발작을 일으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환자 삶 자체를 개선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회사는 판단했다.

이에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환자의 복합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전통 제약사 입장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를 구현할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SK C&C, SK텔레콤 등 SK 계열사의 도움을 받는다.

황선관 SK바이오팜 부사장은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 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다양한 업적들을 이룩했다"며 "환자 치료를 중심으로 예방, 진단, 관리 등 전과정을 제공하는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사업 방향성을 재구축하는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를 가동했다.

뇌전증 환자의 발작완전소실을 목표로 기획된 프로젝트 제로는 ▲환자의 뇌파·심전도·움직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발작 발생을 감지하는 AI(인공지능) 모델 ▲환자 발작 감지 알림 제공 및 이력을 기록·분석해 질환 관리를 돕는 모바일 앱에 대한 개발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 제로 글래스와 제로 와이어드, 제로 헤드밴드, 제로 이어버드, 제로 헤드셋 등 총 5종의 뇌전증 전용 디바이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중 제로 글래스와 제로 와이어드는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국내 제약사에서 최초로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제로 앱’에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며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

또한 SK바이오팜은 치료제와 실시간 모니터링 솔루션으로 뇌전증 치료 시장의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CNS(중추신경계) 치료를 넘어 ADHD, 우울증, 조현병, 알츠하이머 등 신경계 전반 및 항암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디지털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황선관 부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SK바이오팜은 프로젝트 제로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환자 중심 의료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며 "혁신 신약 개발은 물론, 디지털 기술과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에 멈추지 않고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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