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놓고 중국 막고 중국은 미국 막아
한국만 외산에 빗장 풀어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 60% 이상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차지한다. 모두 미국 기업이다. 꾸준한 글로벌 레퍼런스를 쌓아온 이들은 진입 가능한 시장을 확장 중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 요구대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빗장을 열었다. 글로벌 기술 교류를 원활히 한다는 목적인데, 정작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미국 공공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2010년대부터 클라우드를 도입한 미국 공공 시장에 끼어들 틈이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한 셈이다.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미국과 중국 등 해외 클라우드 기업들도 진입할 수 있게 됐다./ iclickart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미국과 중국 등 해외 클라우드 기업들도 진입할 수 있게 됐다./ iclickart
9일 소프트웨어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은 없다. 미국 정부는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단계별로 나눠 해외 사업자에 공공시장을 열어뒀지만 실질적인 개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은 2010년대 오바마 정부 때부터 클라우드 퍼스트로 공공분야에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글로벌 선두 기업인 미국 AWS, MS, 구글 등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공공시장 점유가 끝난 가운데 외국 기업이 뒤늦게 진입할 방도는 없다.

소프트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대입 수학능력시험 응시 자격요건을 5세로 낮춰 이제 막 글씨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 고3 수험생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꼴이다"고 지적했다.

2022년 10월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는 34%, MS는 21%, 구글은 11%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총 66%의 점유율이다. 미국 기업이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 클라우드 기업은 국내 시장도 장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동안 AWS는 62~78%의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점유했다.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기업은 MS(6~12%)다. 미국 기업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오랜 시간 축적한 노하우와 이미지로 많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다만 국내 클라우드는 이제 태동기를 시작한 상황으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외 기업은 한국 정부의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요건 장벽 탓에 국내 공공 시장 진출이 어려웠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CSAP 등급제를 도입한 후 해외 기업에 시장을 개방했다. 토종 기업은 안방 공공 시장마저 글로벌 공룡에 내줄 판이다.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지금 시대 기본 인프라이고, 주요 국가가 자국 클라우드를 장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며 "미국에서는 중국 제품을 대놓고 쓰지 말라고 하고, 중국 역시 마찬가지인데, 한국만 미국이나 중국기업 모두 다 들어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