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은 전세계 유수의 기업이 참가하는 행사다. 특히 한국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주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은 규모인 550여 기업이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유레카파크’에선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350개 곳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전시장을 빼곡히 메웠다. AI·로봇·데이터 등을 활용한 첨단기술을 선보이며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CES 2023 현장에서 만난 정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전시 부스가 유레카 파크를 절반 정도 차지했다"며 "라스베이거스시에서 공무원이 나와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CES는 스타트업이 대거 글로벌 시장에 데뷔했다는 것 외에도 ‘메타버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등 주제도 다뤄졌다. 재계 별돌의 전시관 현장 참관도 CES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 요소 중 하나다.

CES 빛낸 한국 스타트업

유레카파크에서 방문객들이 한국 스타트업의 사업을 살펴보는 모습 / 박혜원 기자
유레카파크에서 방문객들이 한국 스타트업의 사업을 살펴보는 모습 / 박혜원 기자
유레카파크엔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대만 등 다양한 국가의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꾸린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였다.

규모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내세울 기술들이 많았다. 히포티앤씨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AttnKare’를 선보였다. 헬스&웰니스, 가상&증강현실 2개 부문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유레카파크’에 부스를 연 히포티앤씨와 두잉랩, 메디컬아이피. / 박혜원 기자
왼쪽부터 ‘유레카파크’에 부스를 연 히포티앤씨와 두잉랩, 메디컬아이피. / 박혜원 기자
두잉랩은 음식을 촬영하면 재료와 영양소를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측정하는 ‘푸드 렌즈’ 기술을 보유했다.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필요한 운동량이나 섭취량 등의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회사의 ▲운동 기계 안에 AI를 심어 맞춤형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트 웨이트' ▲AI 딥러닝 기술로 CT·MRI·X-ray 등 흑백 2D로 확인되는 의료영상을 3D 컬러 이미지로 구현하고 가상현실 콘텐츠로 연계하는 '메디컬아이피' ▲로봇 팔을 이용해 식음료를 제조하고 운반하는 'XYZ' 등이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LVCC 메인홀인 ‘센트럴홀’에 자리한 삼성전자와 LG전자, SK그룹 부스도 많은 인파가 몰려 행사 기간 내내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각 사의 전시장을 들어가기 위해 복도까지 줄이 늘어섰으며, 입장까진 20분 정도가 소요됐다.

실감나는 시각적 경험,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CES 2023의 눈에 띄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메타버스 내 디지털트윈과 콘텐츠 등 다양한 기술이 발표됐다.

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롯데정보통신 부스와, 소니, 캐논의 부스. / 박혜원 기자
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롯데정보통신 부스와, 소니, 캐논의 부스. / 박혜원 기자
메타버스 체험 공간을 마련한 롯데정보통신 부스는 전시 기간 내내 방문객들로 붐볐다. 서울 여의도 크기로 구현된 메타버스에선 아바타를 통해 곳곳을 누비며 쇼핑을 하거나 공연 등을 볼 수 있다. 메타버스 체험을 하기 위해 계단형 의자에 앉은 방문객들은 허공에 손짓하거나 두리번거리는 등 메타버스에 몰입된 모습이었다.

소니는 7개의 스캐너 속에 서 있으면 가상공간에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몸을 움직이면 메타버스 공간 속 아바타가 똑같이 움직인다. 다만, 아바타가 같은 행동을 하기까지 10~20초간의 지연이 발생하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캐논은 영화 ‘노크 앳 더 캐빈’을 디지털 인터랙티브 영화로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헤드셋을 쓰면 영화 속 실제 오두막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메타버스 세트장을 돌아다닐 수 있다.

모빌리티 혁신

LVCC ‘웨스트홀’에 전시 부스를 꾸린 모빌리티 기업도 이목을 끌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이 많아 자동차 박람회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웨스트홀에 전시된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왼쪽)와 캐터필러의 자율주행 트랙터 / 박혜원 기자
웨스트홀에 전시된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왼쪽)와 캐터필러의 자율주행 트랙터 / 박혜원 기자
가장 주목 받은 곳은 웨스트홀 중앙에 자리잡은 ‘존디어’다. ‘농슬라’(농업+테슬라)라고도 불리는 존디어는 트랙터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트랙터 몸통에는 36m 길이의 날개가 달려 있는데, 날개에는 6쌍의 카메라와 센서, GPS 등이 탑재됐다. 트랙터는 씨앗 위치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제초제 및 비료를 살포하는 등 사람 없이도 알아서 농사를 짓는다.

‘광슬라’(광업+테슬라)라고 불리는 ‘캐터필러’가 전시한 6m 높이의 트랙터도 시선을 끌었다. 광산 지도 등을 입력하면 트랙터 내부에 탑재된 AI가 알아서 과제를 수행한다. 전시장엔 원격으로 채굴 작업을 수행하는 트랙터도 놓여 있어 이를 체험하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왼쪽부터 마이크로소프트, 현대모비스, HD현대, SK텔레콤 등이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모습 / 박혜원 기자
왼쪽부터 마이크로소프트, 현대모비스, HD현대, SK텔레콤 등이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모습 / 박혜원 기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율주행 소형 버스를 전시했다. 방문객들은 차량에 탑승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부스 한복판에 ‘엠비전 TO’를 가져다 놨다. 엠비전 TO는 전동화 기반 자율주행 차량이다. 목적에 따라 크기와 형태를 변형할 수 있고, 바퀴가 90도까지 꺾여 이동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

HD현대는 ‘오션 트렌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부스를 꾸몄다. 미래 선박인 ‘Mock-up’과 자율주행 기술 등을 전시했다. 부스는 오션 모빌리티, 오션 와이즈, 오션 라이프, 오션 에너지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SK텔레콤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인 'K-UAM' 가상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4명이 탑승하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좌석에 올라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2030년 미래 부산의 풍경을 체험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지속가능성

파나소닉이 전시한한 태양광 발전 나무. / 박혜원 기자
파나소닉이 전시한한 태양광 발전 나무. / 박혜원 기자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전시도 엿보였다. 파나소닉은 부스 가운데 태양광 발전 나무를 설치하고, 차세대 태양광 전지 기술을 뽐냈다. 나뭇잎 패널이 빛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데, 방문객들은 나무 아래 콘센트에서 스마트폰 등을 충전했다.

SK그룹은 입구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감식을 일깨우는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에펠탑이나 모아이상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건축물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구현했다.

또 40개에 달하는 친환경 기술과 제품을 전시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초고속 전기차 배터리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지속가능한 식품 등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제품 포장재부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인테리어 제품으로 재사용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한국 기업 거물 줄줄이 CES 참관

이번 CES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개막 날인 5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행사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부스를 잇따라 방문하며 신기술을 관람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 박혜원 기자
왼쪽부터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 박혜원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같은날 행사장을 찾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유레카파크를 찾아 한국 스타트업들을 격려했다.

6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LVCC 센트럴홀 부스를 둘러봤다. 7일에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전시장을 방문해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협력사를 모색했다.

라스베이거스=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