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를 11일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인텔은 차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실제 동작 가능한 시스템 수준까지 준비했다. 한편 ‘옵테인’ 기술의 지원은 이번 세대가 마지막이다.

인텔은 2022년 12월 13일과 14일 양일간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인텔 존스팜(Jones Farm) 캠퍼스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차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코드명 ‘그래나이트 래피즈(Granite Rapids)’의 실제 동작하는 샘플 시스템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차세대 제조 공정으로 준비되는 ‘그래나이트 래피즈’는 새로운 마이크로아키텍처와 더 높아진 메모리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인텔은 이번 세대가 옵테인 기술을 공식 지원하는 마지막 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 확인했다.

이미 차세대 공정과 아키텍처의 ‘그래나이트 래피즈’ 준비 중

인텔은 ’6세대’로 예상되는 ‘그래나이트 래피즈’의 워킹 샘플을 공개했다.. /오레곤=권용만 기자
인텔은 ’6세대’로 예상되는 ‘그래나이트 래피즈’의 워킹 샘플을 공개했다.. /오레곤=권용만 기자
인텔은 새로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소개하는 워크숍 행사의 마지막에 차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그래나이트 래피즈’의 실제 동작하는 샘플 시스템이 구동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출시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차세대 제품의 준비가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영상에서 확인 가능한 점은 메모리 규격이 ‘DDR5-6400’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공개된 제온 프로세서의 로드맵에 따르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사파이어 래피즈’ 다음으로는 ‘에메랄드 래피즈(Emerald Rapids)’가 준비된다. 5세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에메랄드 래피즈는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마이크로아키텍처, 더 향상된 메모리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선보인 ‘그래나이트 래피즈’는 순서대로라면 ‘6세대’에 해당되며, 빠르면 2024년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세서는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준비되는 ‘메테오 레이크(Meteor Lake)’와 같은 세대의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며, 차세대 공정 ‘인텔 3’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의 마지막에 ‘그래나이트 래피즈’의 워킹 샘플 영상을 공개한 의미는 제품과 공정 모두 계획대로 준비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메시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인텔은 예정된 계획을 수행하는 데 있어 공정과 아키텍처 모두에서 몇 세대에 걸쳐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으며,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역시 주요 정보 공개 이후 정식 공개까지 꽤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사파이어 래피즈’의 출시 여정도 험난했기로는 손에 꼽힐 정도다. /권용만 기자
’사파이어 래피즈’의 출시 여정도 험난했기로는 손에 꼽힐 정도다. /권용만 기자
인텔은 지금까지 몇 세대 동안 제조 공정과 아키텍처 문제로 세대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 온 바 있다. 특히 10nm 공정과 ‘서니 코브’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3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최대 2소켓 구성까지만 등장했고, 대형 고객 위주의 공급이 이뤄졌다. 워크스테이션 등을 위한 파생 제품도 등장하지 않았다. 3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의 4소켓 급 제품은 14nm 공정 기반의 ‘쿠퍼 레이크(Cooper Lake)’로, 기술적 특징은 2세대에 가깝다.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사파이어 래피즈’ 역시 제품의 기술적 개요 등이 발표된 이후 정식 공개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정식 공개 이전부터 이미 주요 대형 고객들은 사전 생산 분의 프로세서를 일찍 공급받아 왔고, 인텔도 이들의 피드백을 받아 꾸준히 제품의 문제를 수정해 왔다. 오로라 슈퍼컴퓨터 역시 이미 ‘사파이어 래피즈’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에 ‘사파이어 래피즈’의 리버전은 역대 어느 프로세서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그 기간 동안 인텔은 ‘인텔 7’ 공정의 대량 생산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향후의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제품군에서 ‘그래나이트 래피즈’는 또 다른 도전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마이크로아키텍처와 공정, 제조 방법의 도입은 언제나 위험 부담이 크다. ‘그래나이트 래피즈’의 행보는 같은 수준의 마이크로아키텍처와 공정, 제조 방법을 사용하게 될 컨슈머 시장용 ‘메테오 레이크(Meteor Lake)’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옵테인 기술 지원은 사파이어 래피즈가 ‘마지막’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 300시리즈의 주요 특징 /인텔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 300시리즈의 주요 특징 /인텔
한편, 인텔은 ‘옵테인’ 기술에 대한 플랫폼 지원을 이번 ‘사파이어 래피즈’ 세대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존 세대 제품의 생애 주기 지원은 유지되지만 신제품 등의 계획은 없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워크숍에서 이와 관련해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Optane Persistent Memory)와 기술에 대한 공식 지원은 이번 세대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사파이어 래피즈에서는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 300 시리즈가 공식 지원되지만, 차세대 제품이 준비되지는 않을 계획이다. 현재 제품의 경우 최대 7년의 생애 주기 지원이 제공될 것이며, 통상적인 서버 교체 주기를 고려할 때 이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인텔은 지난 세대 플랫폼의 발표까지만 해도 이 ‘옵테인’ 기술의 설명에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바 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관련 내용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제한된 시간에 소개해야 할 새로운 특징이 많았지만, 이제 사업을 정리하는 상황에 온 제품의 상황도 반영되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 300 시리즈는 ‘사파이어 래피즈’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DDR5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바뀌었다. 동작 속도는 DDR5-4400이며, 모듈당 최대 512기가바이트(GB)로 소켓당 8개를 사용해 최대 4테라바이트(TB), 소켓당 전체 메모리는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 4TB와 DDR5 메모리 2TB로 최대 6TB를 장착할 수 있다. 성능 측면에서는 이전 세대 대비 순차 전송 성능은 56%, 무작위 전송 워크로드에서는 214%, CDN(Content Delivery Networks) 환경에서는 1.75배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옵테인 기술은 잠재력이 높았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보기 힘들 듯하다. /권용만 기자
옵테인 기술은 잠재력이 높았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보기 힘들 듯하다. /권용만 기자
옵테인 기술은 인텔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고, 미국 마이크론(Micron)과 협력해 제품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인텔이 2020년 플래시 메모리 관련 사업부를 SK하이닉스에 매각하기로 발표했고, 옵테인 관련 사업이 이 매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옵테인 관련 사업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마이크론과의 생산 관련 협력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옵테인 관련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옵테인 기술은 ‘무작위 전송’과 ‘쓰기’ 위주의 워크로드에서 여타 플래시 메모리와는 차별화되는 성능을 보였고, 프로세서의 메모리 버스에 직접 연결되는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나 비디오 스트리밍 등에서 훌륭한 솔루션이었다. 앞으로 인텔이 옵테인 관련 사업을 정리하더라도 이 기술의 흔적은 NVDIMM 관련 표준 등에 남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서 유사한 형태의 제품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NVDIMM이 향후 ‘과도기적 기술’로 역사의 뒷편으로 퇴장할 가능성도 있다. 인텔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에서 지원하는 CXL(Compute Express Link) 기술을 통한 메모리나 메모리 급 스토리지의 연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CXL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옵테인 퍼시스턴트 메모리의 ‘플랫폼 종속성’ 같은 문제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의 사파이어 래피즈에서는 CXL ‘타입3’로 분류되는 메모리 디바이스의 직접 연결이 지원되지는 않고, 차세대 플랫폼에서 지원 확대가 예상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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