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로켓배송’을 무기로 한국 모바일 쇼핑 시장을 거의 장악한 기업이다. 네이버, 롯데, 신세계 등 경쟁사가 쿠팡을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쿠팡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고객의 인지도가 그만큼 높은 기업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쿠팡은 애플의 맥북 프로를 정상가보다 40% 저렴한 가격에 ‘로켓와우’로 판매했고, 판매 3시간 후 ‘잘못된 가격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고객의 주문 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맥북 프로 가격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363만원이며, 쿠팡이 상품 판매 페이지에 올렸던 가격은 210만 9000원이다.
쿠팡은 10일 오후 3시 50분에서 오후 4시 30분 사이 애플의 맥북 프로 16인치 모델을 210만 9000원에 팔았다. 판매가 시작된지 몇 분 만에 해당 상품은 품절됐다. 이후 제품 가격은 326만 3040원으로 수정됐다. 해당 상품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363만원에 판매 중인 상품으로, 쿠팡 측이 152만 1000원 저렴하게 팔았다.
해당 상품을 구입한 고객은 쿠팡의 로켓와우 상품이었던 만큼 다음 날인 11일 오전 7시 전 배송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당 주문 건은 구매 3시간 만에 일괄 취소된 후 환불 처리됐다.
쿠팡 측은 10일 오후 7시쯤 맥북 구매자들에게 "주문하신 상품이 가격 오류로 주문이 취소될 예정입니다. 1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실망하셨을 고객님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쿠팡캐시 3000원을 적립해드렸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한 소비자는 "애초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구매된 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도 모자라 3000원의 쿠팡캐시를 보상책으로 내세우는 것이 성의없는 대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매자인 회사원 김모씨(34, 서울 용산)는 "(쿠팡이 직접 운영하는) 로켓와우 상품이고 가격도 좋아서 제품을 샀는데, 몇 시간 뒤 상품 가격을 잘못 올렸다며 일방적인 구매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백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상품을 판매할 때는 저렴한 제품보다 더 엄격하게 검열해야 한다. 쿠팡이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판매하는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 상품은 더 그렇다. 월 4900원의 구독 상품인 로켓와우 회원은 쿠팡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고객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일반 오픈마켓도 아닌 쿠팡의 맥북 프로 판매 행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쿠팡에 입점한 오픈마켓을 관리 감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체 검열 역시 철저해야 한다.
쿠팡의 일방적인 주문 취소 사고는 이전에도 있었다. 2022년 7월 쿠팡은 중국 업체를 통해 납품 받기로 한 애플워치를 30% 이상 싼 가격에 판매했는데, 당시 구매자들은 약속된 배송일 이후에도 제품을 받지 못했다. 결국 쿠팡은 해당 제품 구매자에게 환불을 해줬다.
쿠팡 측에선 사건 경위 및 보상안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