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메타버스 개념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에 그치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가상화폐, 블록체인과 묶여 웹3.0과 연계되는 모습입니다."

유지상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의장(광운대 前 총장)은 ‘CES 2023’ 개막 기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IT조선과 만나 메타버스가 전체 산업군의 기반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메타버스가 향후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란 설명이다.

유지상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의장은 6일(현지시각) ‘CES 2023’에서 열린 메타버스 테크데이(과기부 SW국 주관) 행사 참석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 박혜원 기자
유지상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의장은 6일(현지시각) ‘CES 2023’에서 열린 메타버스 테크데이(과기부 SW국 주관) 행사 참석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 박혜원 기자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2022년 메타버스를 CES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추가했다. 올해 CES에선 웹 3.0과 같은 카테고리에 뒀다. 메타버스가 웹 3.0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생태계가 확장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유 의장은 메타버스 콘텐츠화나 디지털 트윈 등에 있어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롯데정보통신과 메타뷰를 꼽았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번 CES에서 가상 매장에서 실물 상품은 물론 디지털 트윈 상품까지 구매가 가능한 메타버스를 선보였다. 메타뷰는 산업 현장에서 재해를 줄여주고, 불량률을 막는 ‘산업용 메타버스’를 소개했다. ‘인천공항관’의 한 스타트업은 인청공항에서 시각 위치 확인 서비스(VPS) 기술을 통한 AR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의장은 한국 기업이 VR이나 AR 등 분야 원천기술을 거의 보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타나 애플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AR·VR 글래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실제로 디바이스를 선보이기도 한다"며 "국내 대기업 부스에선 아직까지 실체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엔진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엔진은 그래픽을 하드웨어에 랜더링하고, 3D 작업이 가능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현재 시장을 이끄는 엔진으로는 ‘유니티’와 ‘언리얼’ 등이 있다. 롯데정보통신이 선보인 메타버스는 ‘언리얼엔진 5’로 개발했고,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유니티 등을 사용한다.

유 의장은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의 iOS가 없는 것처럼 메타버스에서도 ‘언리얼’이나 ‘유니티’ 같은 엔진 솔루션이 없다"며 "엔진 기술의 확보는 메타버스 분야에서 큰 성장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 의장은 국내 메타버스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잠재력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많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어 버티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응용서비스뿐 아니라 기초적인 서비스(엔진) 등 메타버스 분야 기술 패권을 위해 5~10년 정도 집중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