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물류 기업 오아시스가 코스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 타이틀을 거머쥘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상장으로 총 523만6000주를 공모한다. 예상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500~3만9500원, 총 공모금액은 1597억~2068억원이다. 공모가를 반영한 예상 시가총액은 약 9679억~1조2535억원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14~15일 일반청약을 거쳐 다음달 중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다.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는 2018년 오아시스마켓을 선보이면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3118억원, 영업이익은 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 78.4% 증가한 수치다.

오아시스가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첫 상장 기업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당초 이커머스 1호 상장사 간판은 컬리가 차지할 확률이 높았다. 컬리는 지난해 8월 이커머스 업체 중 가장 먼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 이커머스 1호 상장사로 급부상했지만 이달 초 시장 상황 악화를 이유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오아시스가 지속적인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행에 긍정적이지만 구주매출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아시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2019년 1423억원 ▲2020년 2386억원 ▲2021년 3569억원을 기록, 꾸준히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원에서 2021년 57억원으로 492%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6억원에서 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오아시스는 이번 공모 주식의 30%인 157만1000주를 구주매출로 공모한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파는 것이다. 공모자금이 회사에 쓰이는 것이 아닌 주주에게로 돌아가게 돼 IPO 흥행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아시스와 같이 1000억원이 넘는 공모 규모를 기록했던 수산인더스트리(2000억원)의 경우 전체 공모주식의 25%(142만9000주)를 구주매출로 진행했다. 수요예측에서 130.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 밴드 하단에서 확정했고 일반청약에서도 3.4대 1로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비교기업도 유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몸값 측정을 위해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을 활용했다.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매출액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현재 수익성보다 성장성을 강조하는 지표다.

오아시스는 비교기업으로 메르카도리브르(MERCADOLIBRE), 씨(SEA), 쿠팡(COUPANG), 엣시(ETSY) 등을 선정했다. 한국거래소 상장 기업 중 적절한 비교기업 선정이 불가능해 해외증권시장 상장 회사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메르카도리브르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물류, 핀테크, 신용 대출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 절반 이상이 이커머스 부문에서 발생 중이다. 씨 역시 매출 절반 이상이 이커머스 부문에서 발생 중이며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도 30%가 넘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엣시는 수공예품, 장신구, 빈티지 상품 등을 주로 취급하는 핸드메이드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이커머스를 영위하고는 있지만 매출 대부분이 신선식품에서 발생하는 오아시스와는 유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구주매출이 흥행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게다가 지난해 공모주로 손실을 본 기관이 많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에 자금이 말라 조 단위 IPO 흥행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