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들은 데이터 취합에 따른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금융 마이데이터에 과금을 시행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야 할 금액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고객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산과 소비패턴을 분석해 비슷한 연령대나 직업, 자산 규모 등을 비교, 투자하거나 서비스 받으면 좋을 상품을 소개한다.

일각에선 서로 공유하는 데이터양이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라 그렇게 큰 이익도, 손실도 없을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데이터를 돈주고 주고 받아야 할까. 가장 큰 이유로 소비자 보호가 꼽힌다. 데이터를 가져올 때 수수료를 내게 된 만큼, 꼭 필요한 데이터만 전송해야 해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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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 쌓인 시중은행 돈 버나…회원수는 빅테크가 많아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데이터 전송 요구량에 따른 과금을 시행한다고 발표, 올해 과금액을 2024년부터 분할 납부토록 했다. 앞으로 마이데이터를 서비스할 때 고객 데이터를 요청하는 업체가 제공 업체에 일정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 출범 10년이 채 되지 않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업체는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를 요청하는 양이 많아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적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시중은행은 상대적으로 축적된 고객 데이터양이 많아 수익을 낼 것이란 시각이다.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도 차이난다. 금융위가 발표한 지난해 9월 마이데이터 누적 가입자 수는 약 5480만명. 이 중 금융기관 가입자 수는 3138만명으로 전체의 57%, 핀테크나 IT기업을 통해 가입한 고객 수는 2342만명으로 43%에 달한다.

하지만 서로간 공유하는 데이터양 면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현재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는 금융사가 많지만, 모바일 앱 누적 가입자 수는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이 우위에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 약 2400만명, 카카오페이 3848만명, 우리은행 ‘우리원(WON)뱅킹’ 1974만명, 하나은행 ‘하나원큐’ 1367만명으로 집계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동시에 정보 제공자로 마이데이터 사업의 수익·비용 측면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당장은 수수료에 따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불필요한 데이터 활용 남용 막는다…소비자 보호 부합"

그럼에도 당국이 과금 제도를 시행하려는 이유는 업계 과당 경쟁을 막고, 소비자 보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함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 업체가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고객정보가 거래돼 왔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프라이버시 훼손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이스피싱 업체나 해커들은 이런 다량 그리고 양질의 데이터를 선호한다"며 "금융권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다량의 데이터를 신청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고객 정보에 대한 일정한 대가 지급 차원으로 볼 수 있어 오히려 좋은 시도"라며 "데이터에 가격을 부과하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는 아직 구체적인 과금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시스템 구축비로 연 372억원, 운영비로 연 921억원 등 총 1293억원을 들었다는 내용만 밝혔을 뿐이다. 이에 더해 추가 원가자료를 확보한 후 세부 과금기준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과금액은 구체적 과금기준에 따라 소급 산정돼, 내년부터 납부될 예정이다. 당국은 과금체계 세부 기준 마련을 위해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한국금융연구원, 정보제공기관, 마이데이터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운영할 방침이다. 동시에 마이데이터 정보항목 확대를 반영한 누적 통계를 수집,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금감원·신정원·금융연이 데이터 원가조사에 들어간다. 조사 이후인 오는 12월, 세부 과금기준과 향후 제도 운영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금 정산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최소 3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빠른 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