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모든 직원이 인공지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공지능의 보편화’가 더 중요합니다."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학과장을 맡고 있는 이지형 교수는 인공지능(AI) 전문 인력 확보 전략에 대해 우선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지형 교수는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 등을 연구해 온 AI 전문가로, 현재는 인공지능 대학원에서 융합형 전문 인재 양성 교육에 힘쓰고 있다.

인공지능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AI 전문가들이 ‘귀한 몸’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AI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AI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AI 전문가도 부족하고, 설령 영입해도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지형 교수는 AI를 보는 관점부터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인공지능이 지금의 비즈니스에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형 교수와 나눈 ‘AI 비즈니스 환경 구축에 있어 전문가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담는다.

이지형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학과 교수 / IT조선 DB
이지형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학과 교수 / IT조선 DB
― 요즘 인공지능 전문 인력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나요?

"어떤 직무를 나눠보기 전에 우선 ‘인공지능이 무엇인가’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AI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데이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AI의 핵심은 데이터이고, 기업 관점에서는 ‘비즈니스 해결에 필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제까지는 문제를 해결할 때 연역적 기법에 의존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규칙을 정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귀납적 기법으로 바뀌었습니다. 데이터만 제시하면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한 다음 결과값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러니까 결국 인공지능 전문가는 기업이 AI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 것인지 등의 전체적인 인공지능 도입 전략이 갖춰진 다음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 기업이 AI 도입 환경을 갖췄다고 하면 그 후에는 AI 전문 인력들이 분명 필요할 것 같은데요.

"당연히 AI 전문 인력은 필요합니다. 다만 전문 인력들이 모든 직무에 필요한 것은 아니죠. 개발자들이 전 부서에 배치될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보다는 기업이, 직원이 인공지능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수학이나 영어를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배운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여기잖아요. AI는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생활할 수 있고, 무언가를 판단할 때 도움이 되는 그런 지식 중에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AI를 적용하려는 내용들도 보면 설비 고장 예측, 불량률 개선, 제품 수요 및 공급 예측, 운영 프로세스 자동화, 개인화 서비스 등인데요. 바꿔 말하면 AI 전문 지식보다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시스템 활용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디지털 시스템 활용 능력은 곧 인공지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말합니다.

최근에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다르게 말하면 기업의 비즈니스 접근에 대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디지털 전환을 많이 언급하는데, 회사 전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방식에 동의하고 조직이 이를 서포트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 문화와 조직을 구축하는 것까지 디지털 전환이고요. 이러한 인프라가 AI 인재 확보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꼭 신 기술을 도입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조직과 문화를 바꾼다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사실 디지털 전환은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죠. 기업의 조직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장비 교체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노력과 정교함이 필요할 겁니다. 만약 무턱대고 추진하면 시행착오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이 생기겠죠.

우선 규모가 작더라도 성과가 날 수 있는 방향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은 1~2년 만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기업의 조직과 문화부터 전환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좀더 쉽고 빠르게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 기업들이 기존 직원들의 직무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AI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최근 들어 직무가 다양해지고 영역이 희미해지면서 특정 영역의 전문가보다 여러 직무가 가능한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AI 영역 또한 데이터 전문가와 같은 새로운 전문 인력을 뽑는 것보다 기존 직원들을 교육시켜 자신의 업무에 AI를 적용하게 만드는 것이 AI 중심의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훨씬 더 빨리 추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필요한 특정 영역은 외부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의 인재 양성 교육과 함께 학교에서의 인재 양성 교육도 진행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특정 영역이 아니라 전 학문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툴이기 때문에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학교에서부터 키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9년 정부의 인공지능 대학원 지원사업으로 현재 약 10개 대학(성균관대, 고려대, KAIST, 포항공대, 광주과학기술원, 한양대, 연세대, 울산과학기술원, 서울대, 중앙대) 에서 인공지능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마다 조금씩 지향점이 다르지만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는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목표는 공통된 지향점입니다.

대학마다 매년 50명쯤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10개 대학이면 500명입니다. 앞으로는 매년 500명 정도의 AI 전문가가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AI 전문 인력 부족이나 해당 비즈니스 추진에 대한 막연함이 확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 2019년 인공지능 대학원이 개설됐으면 지금 4년 정도 운영됐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별도의 학과가 만들어진데다 국가에서 적극 추진하는 산업이어서 그런지 학생들도 AI를 ‘미래의 핵심 역량’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전같으면 컴퓨터 공학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만 지원했을텐데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인공지능 학과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가령 문과 계열의 학생이 진학하기도 하는데요.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융합형 인재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 대학원에서의 AI 전문 인재 양성, 기업 내에서의 AI 교육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전문 인력에 대한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질 것 같은데요. 앞으로 AI 직무 환경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이제는 단순히 데이터 전문가, 해당 산업의 전문가로 나눠지기보다는 융합되는 형태로 바뀔 것 같습니다. 해당 산업에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AI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가 중요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AI 전문 인력이 계속 양성되면 현재의 인재 부족 현상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