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알디프 티 바(Altdif Tea Bar)’는 이른바 치열한 ‘티(Tea)켓팅’을 일으키는 ‘힙플’이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다섯 타임 각 6명씩, 총 30명만 입장이 가능한데, 매달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매달 둘째 주 화요일 다음 달 예약이 시작되면 불과 몇 초만에 좋은 시간대는 전부 매진된다. 한 포털사이트 기준으로, 평균 평점이 4.82점에 달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도 높다.
이은빈 알디프 대표의 독특한 영감을 담은 ‘블렌딩 티(Blending tea, 여러 찻잎을 혼합해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낸 차)’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점이 이곳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이 대표는 2016년부터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알디프의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 판매) 쇼핑몰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대표 상품은 누적 판매량 20만잔을 넘긴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다. 처음 차를 마실 때는 구성 성분 중 천연 허브가 내는 예쁜 청보라색을 감상할 수 있다. 이후 레몬즙 같은 산성 용액을 첨가하면 중화 반응이 일어나 색이 점차 연해지며 분홍색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것이 소셜미디어 등지에서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알디프는 이 외에도 석양 풍경에서 영향을 받은 ‘비포 선셋’, 황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상화한 ‘경화수월’ 등 다양한 시그니처 블렌딩 티를 선보이고 있다.

청보라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는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 / IT조선
청보라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는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 / IT조선
각 차는 저마다 독특한 설정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테면, 스페이스 오디티의 주제곡은 영국 음악가 ‘데이빗 보위’가 1969년에 발표한 동명의 록 음악이다. 이 대표는 "책에서 우주비행사가 우주복을 벗을 때,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는 구절을 봤는데, 이것은 라즈베리나 파인애플의 구성 성분이기도 한 ‘포름산에틸’ 때문"이라며 "스페이스 오디티를 기획할 때 ‘우주의 맛과 향‘이라는 이미지를 차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내 마시는 일반 카페와 다른 ‘티 코스’ 형식을 채용한 점도 알디프의 주요 인기 요인이다. 알디프 티 코스에서는 2시간 동안 다섯 잔의 차를 샤베트, 아이스크림, 칵테일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알디프는 제공하는 메뉴, 가게 인테리어와 소품을 매년, 매 계절마다 바뀌는 주제에 맞게 변경한다. 이를테면, 2022년 겨울 시즌에는 ‘한국의 시골집’을 주제로 눈, 귤, 장독대 등 다양한 소품과 미니어처를 전시했다. 고객이 티 코스를 이용하며 사진을 찍을 때 차와 함께 사진에 들어갈만 한 미니어처 같은 것을 함께 디스플레이해서 낸다. 매번 달라지는 주제 덕에 고객 재방문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이 대표에 따르면, 알디프 티 바 손님 중 재방문한 손님의 비율은 30%가 넘는다.

이 대표는 "티 코스에서는 차와 함께, 차에 담긴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미리 짜둔 음악 재생목록을 차를 내는 시간에 맞춰 재생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다"며 "2시간 동안 제공되는 미식과 공연이 어우러진 경험으로 즐기는 고객이 많고, 특히 한 시즌에 선보이는 스토리텔링과 음료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한정판’이라 새로운 느낌을 준다"고 강조했다.

‘알디프 티 바(Altdif Tea Bar)’의 내부. 티 마스터(Tea master)가 티(Tea)를 만드는 모습 / IT조선
‘알디프 티 바(Altdif Tea Bar)’의 내부. 티 마스터(Tea master)가 티(Tea)를 만드는 모습 / IT조선
이러한 아이디어에는 화장품 대기업에서 브랜딩,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던 이 대표의 경험이 반영됐다. 그는 "중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좋아하게 됐다"며 "여기에 제품 기획부터 제품 판매, 소비자 커뮤니케이션까지 회사에서의 경험을 녹여 알디프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런 형식의 티 코스를 선보인 것은 알디프가 최초다. 창업 초기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던 알디프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알디프의 모습을 더 다채롭게 보여주려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장 오픈을 고려하던 창업 초기에는 1인 창업으로 시작하다보니, 자금이 부족했다. 환경이 열악하고 방문하려면 높은 언덕을 올라야 하는 곳에 매장을 열었다"며 "어렵게 방문한 손님에게 단지 차 한잔만 대접하는 것이 아쉬워서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티코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이후 티코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2018년 투자를 유치하면서 매장을 현 위치로 이사했다. 이 대표는 "최근 홍대는 넓게 보면 연남동, 망원동, 연희동 등 유행에 민감한 인근 여러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며 "진정한 카페 업계의 강자가 모인 홍대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면 우리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알디프는 서교동 매장에서도 손님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매장 곳곳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매장에 들어오면 알디프의 주력 프로모션 상품과 찻잎을 원하는 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는 ‘티 스테이션’이 있다. 티 스테이션은 ‘마시고 싶은 차를 포장 없이, 혹은 원하는 용기에 담아 먹고 싶은 만큼 사고 싶다’는 고객 요청을 반영해 만든 공간이다.

[힙플핫플] 이젠 차도 특별하게 마신다? ‘티(Tea)’켓팅 열풍 부르는 ‘알디프’ / 촬영·편집 = 이재범PD

‘티 바’는 외부 공간과 차단된 느낌을 주도록 설계해 고객이 온전히 알디프의 퍼포먼스와 차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대표는 "고객으로부터 마치 고급 ‘오마카세’에 온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는다"며 "이외에도 알디프 차 제품 정보를 확인하면서 향기를 직접 맡아볼 수 있는 전시공간, 예약 시간보다 일찍 온 고객이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 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알디프는 홍대까지 찾아오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온라인 채널의 ‘쇼룸’인 D2C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쇼룸은 D2C 쇼핑몰에서 최대한 브랜드의 가치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커다란 이미지를 중심으로 배치해 ‘갤러리’ 같은 느낌이 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은빈 대표는 "알디프는 단순 사업체가 아니라 혁신을 이루는 스타트업인데, 개발자 없이도 카페24가 제공하는 기능 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사업을 구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재범 기자 jaegompd@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