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임직원들은 올해 ‘반도체 한파’를 실감하는 분위기다. 작년에는 기본급의 수백퍼센트를 성과급으로 받았지만, 올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적 전망이 어두운데다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곳도 많아 성과급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전경(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 각 사
삼성전자 평택공장 전경(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 각 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을 ‘통 크게’ 지급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작년 반도체 부문 신입사원이 받은 연봉은 각종 성과급과 복지포인트, 보수 등을 합쳐 9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메모리 겨울’ 등 실적 악화로 성과급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겨울 추위만큼 꽁꽁 얼어붙은 반도체 기업 성과급

삼성전자는 해마다 성과급을 총 세 번 지급한다.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주는 목표달성장려금(TAI)과 매년 1월 각 사업부가 연간 실적 목표를 달성하면 초과 이익을 배분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등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2년 12월부터 TAI를 기본급의 50%로 축소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본급의 100%를 지급했지만, 절반으로 줄었다. 작년에 특별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된 기본급의 300%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OPI의 경우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DS부문에 OPI를 연봉의 47~50% 정도로 지급한다.

SK하이닉스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생산성 격려금(PI)과 연초 초과이익분배금(PS)을 주는데, 지난해 3·4분기 들어 실적이 악화되면서 올해 지급액이 조정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에 PI를 기본급의 100%, PS는 연봉의 50%로 책정했다. 이와 별개로 기본급의 300%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해 임직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PS 규모는 기본급의 700%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이같은 성과급 규모를 예상했다. 이는 연봉의 35% 수준으로, 지난해 연봉의 5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축소된 규모다. SK하이닉스의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할 것이란 금융권 전망치를 고려하면 실제 지급액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신용분석 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 60.3% 추락에 이어 4분기 1조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업황 부진에 대비해 올 상반기까지 감산 및 투자 축소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4분기 경영실적이 발표되는 2월 1일 이후 성과급 지급액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2022년 하반기 성과급인 PI의 경우 SK하이닉스는 최근 사내공지를 통해 기본급의 100%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뿐 아니라 휴대폰·가전 사업부 성과급도 뚝

전자 업계는 성과급 규모가 대폭 쪼그라든다. 수요 위축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중 스마트폰 사업부는 연봉의 29~33%, 네트워크사업부는 22~26%,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18~22%, 생활가전 사업부는 5~7% 수준의 성과급이 예고됐다. 작년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VD 사업부가 각각 연봉의 50%, 42%, 36%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모두 절반 가량 줄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작년 초 연봉의 36%를 지급받았지만, 올해는 4분의 1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사전에 성과급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전업계에서 ‘코로나 특수’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H&A(생활가전) 사업부와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성과급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H&A 사업부는 작년에 분야별로 400~600%의 성과급과 인센티브 500만원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HE 사업부는 작년에 710%의 성과급을 받았다.

LG전자의 2022년 4분기 매출 전망치는 22조 6723억원, 영업이익은 4698억원이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 7466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후퇴했다. 가전과 TV 사업의 부진이 수익 감소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VS(전장) 사업부는 업황 반등에 따라 올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성과급은 기본급의 500% 안팎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VS 사업부는 그동안 ‘만년 적자’를 기록하며 100만~300만원 수준의 격려금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2년 2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성장 기조를 이어오고 있어 높은 성과급이 기대된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